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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조형미에 훈민정음 정신까지, 주변에서 찾는 우리말 닮은 건축물 눈길

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 2024-10-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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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조형미에 훈민정음 정신까지, 주변에서 찾는 우리말 닮은 건축물 눈길
▲ 김순자 옛글씨 작가가 올해 5월15일 세종특별자치시 한글사랑거리에서 열린 제627돌 세종대왕 나신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공연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세종 국어문화원 공식 유튜브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한글은 발음 기관을 본뜬 모양으로 과학성과, 기본 글자에 획을 붙이고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체계성을 인정받은 글자다.

특유의 조형미 덕분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물 디자인에 폭넓게 활용되는데 건축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길을 걷다 한글을 닮은 건물을 마주치곤 하는 일이 종종 있는 이유다.

더욱이 이러한 건축물들은 한글 자모음의 미학적 요소 뿐 아니라 접근성과 개방성 등 훈민정음의 정신도 담고 있다.
 
한글 조형미에 훈민정음 정신까지, 주변에서 찾는 우리말 닮은 건축물 눈길
▲ 자음 ㄱ과 ㄴ, ㄹ을 형상화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바티리을 빌딩. <로디자인/로건축사사무소 블로그>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함으로써 조선시대 한자 중심 언어체계로 소외된 백성들의 열린 소통의 기회를 높였기 때문이다.

9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여러 건축물들이 한글 자음과 모음을 차용한 디자인으로 업계와 대중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바티리을 빌딩으로 자음 ㄱ과 ㄴ, ㄹ을 형상화한 근린생활시설 및 주택 건축물이다.

2008년에 완공돼 같은 해 대한민국 건축가 협회상과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맞춤 정장 업체와 사무실 등이 들어섰다. 

바티리을 빌딩은 동쪽 측면은 하늘을 향해 열린 ㄴ과 땅에 화답하는 ㄱ이 맞물리는 모양이며, 북쪽 정면은 커다란 ㄹ자를 형상화했다.

김동진 로 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장은 이 빌딩을 설계하면서 근린생활시설이라는 용도가 물질적 거래와 동시에 주민 간 실질적 교류의 장이 되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1층 진입에서부터 수직적 공간이 이어지는 계단구조를 통해 고층에 위치한 가게에도 접근성과 수익성을 높이고자 했다.

입체적 공간 배치와 소비자 관점을 반영해 다양한 행사에 알맞은 융통성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글 조형미에 훈민정음 정신까지, 주변에서 찾는 우리말 닮은 건축물 눈길
▲ 자음 ㅁ모양으로 가운데 중정을 두고 건물을 배치한 인천 영종도 카페 미음. <유타건축 홈페이지 갈무리> 
김 소장은 또한 근린생활시설이 무분별한 상점 난립으로 지역주민의 거주를 위협하던 지난 과거에서 벗어나 지역 내 만남의 장이 되길 바라는 ‘소통의 철학’도 담았다.

각 층마다 테라스를 조성했고 북측 계단은 외부에 항상 개방하고 있다. 도시 가로공간에서부터 바티리을 빌딩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유도해 지역 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연속성과 공공성을 도모했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영종도 카페 미음은 이름처럼 자음 ㅁ을 형상화한 건물이다. 마시고 말하는 한자 입 구(口)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대지면적 2587㎡에 연면적 994.79㎡ 규모로 설계는 유타건축(UTAA), 시공은 해원종합건설이 맡아 2023년 완공했다. 이 해에 인천광역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고 현재는 베이커리를 함께 파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카페 미음은 직사각형 모양의 부지에 건물을 ㅁ자 모양으로 배치해 가운데에 중정을 설치했다. 

중정을 사이에 둔 바닥은 수직과 수평으로 다양하게 켜켜이 쌓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다양한 높이를 가진 루프탑 및 중정과 이어지는 좌석 공간으로 사람 간 시선이 서로 교차하고 풍경이 연결된다. 

출입구는 한눈에 건축물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겹겹이 보여주는 구조로 공간 구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글 조형미에 훈민정음 정신까지, 주변에서 찾는 우리말 닮은 건축물 눈길
▲ 한글 모음의 제자원리인 천지인을 형상화시킨 국립 한글 박물관의 모습. <국립한글박물관 공식 유튜브 갈무리>
한글을 주제로 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모음의 제자원리인 천·지·인을 형상화해 건물을 지었다.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은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1만1767㎡ 및 전시면적 3500㎡ 규모로 2013년에 완공됐다. 설계는 도시인건축이 맡았다.

앞서 2010년에 시행한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된 건축 설계안은 층마다 한글의 과거와 현재, 미래 및 문화가 담긴 소통의 켜를 주제로 했다.

이 설계안이 반영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모음의 제자 원리인 천지인을 건축구조로 형상화했다. 하늘의 켜와 사람의 켜, 땅의 켜를 겹겹이 쌓아올린 공간에 소통의 매개체인 한글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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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모양 블록을 활용해 건축주와 건축가가 설계단계부터 소통하는 한글주택 업체의 단독주택 시공사진. <한글주택 홈페이지 갈무리>
한글 자음과 모음을 적용해 단독주택 등을 시공하는 업체도 있다. 한글주택은 2013년부터 자음과 모음 모양의 한글 블록을 모듈화해 가격 경쟁력을 실현하고 건축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있다.

한글주택은 한글블록을 이용해 건축주가 참여한 상태에서 기본 설계를 진행한다. 꿈의 집을 실현시키기 위해 집주인과 건축가가 원활한 소통을 함으로써 훈민정음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평면계획 확정 시간이 절약돼 설계비가 줄고, 한글 모양 모듈러 설계를 활용해 건축주가 직접 참여하는 셀프 하우징 방식으로 공사비가 절감되는 효과도 있다.
 
한글 조형미에 훈민정음 정신까지, 주변에서 찾는 우리말 닮은 건축물 눈길
▲ 한글문화단지 조감도. <세종시>
세종특별시는 도시 이름부터 훈민정음 창시자인 세종대왕으로부터 따온 만큼 반곡동 커뮤니티센터와 보람종합복지센터, 금강 보행교 등 한글 디자인 건축물들로 이미 유명하다.

세종시 보람동 보람종합복지센터는 중정을 포함하는 자음 ㅁ자 형태의 건물 배치와 건물 바깥면에 다양한 자음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설계돼 2020년에 준공됐다. 

2021년에 완공된 세종시 반곡동의 복합커뮤니티센터는 한글사랑도시 특화 작업의 연장선에서 한글 자음인 ㅅ(시옷)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건축됐다.

다리의 원형 구조가 한글 자음 ㅇ(이응)과 비슷해 '이응다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금강보행교는 2021년에 완공됐다. 한국에서 가장 긴 보행전용 다리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념해 다리의 길이도 1446m로 만들었다. 

세종시는 이러한 특징을 살려 지난해 한글문화수도 원년을 설정하고 한글문화단지 조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통령기록관과 국립세종도서관, 국립 박물관 단지 등 세종시의 문화벨트와 연계해 한글문화단지 구현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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