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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1만 게이머 “표현자유 억압과 검열 종용 게임산업진흥법 위헌”, 헌법소원심판 청구

이동현 기자 smith@businesspost.co.kr 2024-10-08 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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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1만 게이머 “표현자유 억압과 검열 종용 게임산업진흥법 위헌”, 헌법소원심판 청구
▲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왼쪽)과 게임 유튜버 김성회 씨가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게임산업 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이용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규제 수준이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게임물 등급 분류 권한의 민간 이양과 분류 기준 개선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이용자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방범죄 우려' 등 갖가지 이유로 각종 게임 유통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의 강력한 규제 조항은 신속히 삭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 청구 대표자인 게임 유튜버 김성회 씨와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을 중심으로 ‘게임산업진흥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씨는 지난 9월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우리는 게임 검열을 부순다’는 영상을 올리면서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영상을 게시한 지 하루 만에 헌재 설립 이래 역대 최다인 10만 명이 넘는 청구인이 모였고, 23일 동안의 모집을 통해 모두 21만751명이 청구에 참여키로 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0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제기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 위생 조건 위헌확인 소송’의 청구인 수 9만5988명보다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대상인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제2항 제3호는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의 제작과 유통은 금지하며, 이를 어길 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 법률 조항은 게임산업진흥법 제22조와 결합돼 게임 등급분류 자체의 거부나 취소를 가능하게 해, 국내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문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 조항을 자의적 판단의 근거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플래시 게임 사이트 규제 사건’과 일본 추리 게임 ‘뉴단간론파 V3 이용불가 판정’에서 심각성이 두드러졌다.

게관위는 2019년 2월 ‘주전자닷컴’이나 ‘플래시365’ 등 플래시 게임 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모든 게임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지 않으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하며, 사이트 내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막았다.

게임 심의는 개별 비용을 요구하지만, 사이트 운영진이 비영리 목적으로 개설해 심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추후 이를 보완하는 조치가 취해지기는 했으나, 사실상 플래시 게임 사이트의 종말을 부르는 결정이 됐다.

뉴단간론파V3는 폭력성 검열이 가장 심한 독일에서 16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성인 등급도 아닌 전체 이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국내 이용자들은 판단의 이유를 기관에 문의했지만, 회의록 공개까지 7년이 걸렸다.

이 게임 심의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회의 과정에서 “게임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법률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는 참고를 위한 보조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을 이끌고 있는 김씨와 이철우 협회장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목적을 ‘성인 게임의 사전 검열 철폐’가 아니라 ‘게임을 다른 콘텐츠와 동일하게 취급해달라’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게임산업진흥법은 2006년 사행성 게임 규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게임 이용자를 억압하고 있다”며 “영화나 음반의 국가 사전 검열은 1996년에 사라졌고, 같은 콘텐츠인 게임도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21만 게이머 “표현자유 억압과 검열 종용 게임산업진흥법 위헌”, 헌법소원심판 청구
▲ 게임 유튜버 김성회 씨가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게임산업진흥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와 관련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시대 변화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성장해야 한다”며 “사전 검열 기능이 약해지면 당분간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적절한 제도의 성립을 위해 필요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협회장은 “이번 헌법소원에서 다루는 침해된 기본권은 문화 향유와 관련된 행복 추구권, 넓은 범위에서의 자기 결정권,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을 고려한 창작의 자유 등 3가지”라며 "이를 통해 게임이 다른 콘텐츠와 동일한 검열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검열과 관련된 이슈에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사행성과 같은 부분은 국가가 지속적으로 이용자 보호를 위해 주시해야 하겠지만, 폭력성이나 음란성 등을 이유로 한 개입은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소원심판은 결론이 나기까지 통상 3년 정도가 걸리지만, 이번 사건은 그보다 빨리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헌법소원이 국민적 관심을 받음에 따라 6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김씨는 오는 17일 게관위 국정감사에도 서태건 신임 게관위원장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해 게임산업진흥법과 게임 이용자들의 입장에 대한 의견을 힐 예정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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