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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후변화에 강력한 허리케인 연이어, 대선 정국에 주요 변수로 떠올라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0-07 13: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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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후변화에 강력한 허리케인 연이어, 대선 정국에 주요 변수로 떠올라
▲ 6일 카리브해 일대 기상 현황을 촬영한 위성사진. 열대성 저기압 '밀튼'이 허리케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미국에서 강력한 허리케인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기상학계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이 강해지는 원인에는 기후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강해진 허리케인과 그 원인이 되는 기후변화가 유권자 표심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시각)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허리케인 ‘밀튼’으로 발전한 것이 확인됐다. 

관측 결과 밀튼은 4급 허리케인으로 위력을 키워 플로리다주 탬파 일대로 오는 9일 상륙할 것으로 예보됐다.

4급 허리케인은 1부터 5까지로 허리케인을 구분하는 사피어-심프슨 등급표에 따라 부여되는 등급에서 최고 위력 바로 아래 단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에릭 블레이크 국립 허리케인 센터 기상예보담당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일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 접근할 즈음에는 5급 허리케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막대한 피해가 유발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정치권에서는 즉각 대책을 내놨다. 로널드 드산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주 전역에 허리케인 경보를 내렸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공식성명을 통해 “매우 큰 정전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의료 지원을 위해 구급차 6천 대도 준비를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공식성명을 통해 “밀튼 진행 상황을 전달받았다”며 “영향권에 있는 지역을 향한 구호 및 피해 복구 지원책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이유는 지난 9월 발생한 4급 허리케인 ‘헬렌’이 막대한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기상예보업체 ‘어큐웨더’에 따르면 헬렌으로 인한 재산 및 인프라 피해 규모는 약 2500억 달러(약 33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망자는 6일 기준 225명을 기록했다.

규모를 놓고 보면 헬렌은 2005년 발생한 카트리나 이후 미국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이 됐다.

올해 허리케인 발생 시즌 동안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13개 가운데 미국에 상륙한 4개는 모두 강력한 위력을 가진 채 상륙해 큰 피해를 입혔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발생한 5급 허리케인 ‘베릴’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정전을 발생시켜 수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정전을 겪게 했다. 원유 생산 설비에도 큰 타격을 입혀 수십만 배럴 단위 생산량 손실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는 허리케인들이 이처럼 강력해진 원인에는 기후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로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열을 흡수한 허리케인들이 위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AP통신과 보이스오브아메리카 등 외신들은 이번 대선에서 기후변화가 유권자 표심을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진행된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도 기후변화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지난 9월 진행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토론에서 기후변화가 간략하게만 언급된 것과 대조됐다.

보이스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해당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 행각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그는 해수면 상승이 오히려 해변가 부동산 매물을 늘릴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주에 사는 농부들은 누구나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들은 최근 500년 만에 최대 가뭄과 500년 만에 최대 홍수를 모두 겪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기후변화에 강력한 허리케인 연이어, 대선 정국에 주요 변수로 떠올라
▲ 5일(현지시각) 허리케인 '헬렌' 피해 복구를 위해대민지원에 나선 군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이에 제임스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임기 동안 청정 대기와 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진짜로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대응하고 싶다면 미국 국내 에너지 생산을 더 늘려야 한다”며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경제 체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 힐과 ABC뉴스 등 외신들은 헬렌 영향으로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민주당 쪽으로 유권자 표가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밴스 후보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모건 잭슨 노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전략 컨설턴트는 더 힐을 통해 “젊은 유권자일수록 기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들은 트럼프와 밴스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행각을 보고 선거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월즈 후보도 기후변화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유권자로부터 큰 호응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매튜 후버 시라큐스대학 에너지 및 기후정책 교수는 ABC뉴스를 통해 “부통령 후보 토론은 우리 기후 담론이 처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드러냈다”며 “한 후보(밴스)는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하지 않다고 언급한 가운데 다른 후보(월즈)는 그저 그가 이룬 업적을 자랑만 했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후버 교수는  “2020년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참가한) ‘그린 뉴딜’ 정책처럼 우리가 처한 거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제안이 나왔었지만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들이 허리케이 피해 사태를 계기로 기후정책과 관련된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아 아로노워스키 컬럼비아대학 환경역사학 교수는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상 기후 영향이 강해짐에 따라 미국의 지도자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기후변화에 관해 솔직하고 사실에 기반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이뤄진다면 굉장히 큰 진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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