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전기차 배터리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확대되고 미국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투자를 늘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가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를 이끄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 LG에너지솔루션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1일부터 전날(9일)까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각각 2855억 원과 235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 2위와 1위에 각각 올랐다.
이에 힘입어 주가는 23.30% 상승했다. 2차전지 캐즘에 따른 수요 둔화와 실적 추정치가 지속 하락하고 있음에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순매수에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이에 7월만 해도 전기차 캐즘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일제히 목표주가를 내려 잡던 증권업계의 분위기도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5일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43만 원에서 48만 원으로 올려 잡았고 6일에는 현대차증권이 목표주가를 45만 원에서 56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39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며 목표주가 57만8천 원을 제시했다.
정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돼 목표치인 올해 매출 27조3천억 원을 소폭 넘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캐즘 우려가 완화하고 있는 점이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3분기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확대되며 완성차업체들이 적극적 판매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며 내연기관과 가격 격차가 줄고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이 더해져 3만 달러 중반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에퀴녹스는 현재 세액공제를 적용한 가격이 3만4400달러에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으로 아이오닉5와 EV6가 IRA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가격은 3만 달러 중반대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ID.4도 스탠다드모델은 3만2천 달러, 프로모델은 3만7천 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최근 모델3롱레인지 모델을 출시했다. 파나소닉 배터리를 쓰는 이 전기차는 3만4990달러에 구매가 가능하다.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가 대량 출시되는 상황에서 4분기에는 배터리 가격이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판매 장려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배터리 가격이 전년보다 킬로와트시당 50달러 이상 하락해 에퀴녹스 1대당 4250달러 가량의 원가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가동률을 올려 판매량을 늘린다면 하반기 전기차부문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유럽도 중국 전기차업체에 관세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잠정 상계관세는 8월 확정됐다. 11월 유럽연합(EU)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 상계관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가 확정되면 중국 비야디(BYD)는 현재 10%에 17%포인트가 높아진 27%의 관세를 받게 된다. 볼보를 보유한 중국 지리와 상하이자동차(SAIC)는 더욱 높은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모델 ID.3·4 등 보급형 전기차 판매가 회복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에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EV3와 캐스퍼EV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독일 정부는 최근 폴크스바겐 등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재개했다. 주요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판매 회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2025년부터는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이 더욱 강화한다. 2021~2024년 유럽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는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으로 킬로미터당 115g(그램)인데 2025년부터 킬로미터당 93.6g으로 기준이 높아진다.
▲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주문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이어 2030년부터 2034년까지는 킬로미터당 49.5g으로 더욱 강화한다.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삼성SDI 등 셀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삼성SDI는 배터리 안전규정 강화에 따른 각형 배터리 선호 현상에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중국 외 배터리업체 가운데 각형 배터리를 대규모로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GM과 현대차 등 기존 파우치형을 써왔던 완성차업체들도 최근 삼성SDI에 발주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 주가 역시 8월 들어 전날까지 7.67% 오르면 코스피를 웃도는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8.47% 내렸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가 삼성SDI 주식을 1331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는 61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전기차 수요 개선, 원가하락 및 보조금 효과가 집중돼 미국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다리던 하반기 반등의 신호가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