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3자 연합)이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허가를 신청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시계가 빠르게 돌고 있다.
▲ 5일 재계에 따르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사진)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추가 매수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두 형제는 이미 지주사이자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3자 연합을 저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수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5일 임종윤 이사측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미사이언스 주식 공개매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이 4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을 위한 허가를 신청한 데 따라 두 형제도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3자 연합은 임시 주총 의안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과 이에 따른 추가 이사 선임(신동국, 임주현)을 상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법원이 임시 주총 신청 허가를 받아들이게 되면 두 형제로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3자 연합에 내어줄 가능성이 크다.
두 형제는 8월26일 기준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9.07%를 보유하고 있다.
형제들이 자체적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33.33% 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4%가량이 부족한 셈이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으로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 및 발행주식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두 형제들로서는 3자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저지하려면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만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형제들이 개인자금을 활용해 지분을 추가 매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 수단은 은행권에서 손을 빌리는 것이다. 하지만 두 형제는 이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납부해야할 상속세를 주식담보대출로 받은 상황이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들은 8월26일 기준으로 한미사이언스 주식 29.07%를 보유하고 있는데 27.13%가 대출을 위한 담보로 제공한 상황이다. 형제들의 지분 93%가 이미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주현 부회장이 임종윤 이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임 이사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과 부동산 등은 가압류됐다.
임종윤 이사의 개인 회사 코리의 기업공개(IPO)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바로 자금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남은 것은 외부 투자 유치가 유력한 셈이다.
하지만 외부 세력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형제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면 이를 보고 형제에게 투자를 해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형제의 상황이 우세하지 않다.
형제들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한 뒤 꾸준히 글로벌 사모펀드 등과 투자 유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월 한미약품그룹 중장기 비전을 발표할 때도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1조 원을 유치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3자 연합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많아 유리하다는 시선이 많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미타워 전경.
두 형제가 추가 지분을 확보해 정관변경을 저지하더라도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이 형제와 3자연합의 동수로 꾸려지면 경영 안정성이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성을 봤을 때 3자 연합이 새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시도는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사 선임 안건은 보통결의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통과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찬성 및 발행주식의 4분의 이상 찬성이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3자 연합의 지분 배분 현황을 살펴보면 4일 기준으로 신동국 회장이 기준으로 14.97%, 신동국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양정밀이 3.95%, 송영숙 회장이 5.70%, 임주현 부회장이 8.11% 등이다. 3자 연합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지분만 32.73%에 이른다.
여기에 송영숙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총 48.13%로 과반에 가까운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임성기재단과 가현문화재단 등 공익재단 관련 변수가 있지만 그래도 3자 연합의 보유 지분이 형제 지분보다 많다.
두 형제들의 경우 8월26일 기준으로 본인 명의로 20.94%를 포함해 개인회사 및 직계가족 등을 포함해 29.07%에 그친다.
임종윤 이사는 한미사이언스 정관 변경을 저지한다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2일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중도 퇴장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1명이 새로 추가된다고 해서 경영권이 바뀌지 않는다”며 “3월 주총 이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2번의 표결이 있었는데 독립적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