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글로벌 사업 경험을 갖춘 인재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미국증시 상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진용을 갖춰나가고 있다.
야놀자의 행보는 쿠팡과 비견되곤 하는데 미국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인재 영입에 힘을 쏟으면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글로벌 사업 경험을 갖춘 인재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쿠팡과 비슷한 행적을 이어가고 있다.
3일 여행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야놀자가 클라우드부문에 김현정 신임 글로벌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발탁한 배경에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인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이수진 총괄대표의 의중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현정 야놀자클라우드 글로벌 최고사업책임자는 맥킨지앤드컴퍼니, 삼성전자, 구글 등에서 요직을 거치며 글로벌 사업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비서 빅스비와 삼성페이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미주,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을 주도했다. 구글에서는 미주 지역 마케팅을 총괄하며 구글페이 3.0의 미국 내 출시를 진두지휘했다.
야놀자가 클라우드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글로벌 마케팅 경험이 있는 김 최고사업책임자를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야놀자가 클라우드사업을 시작한 것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여겨지고 있다.
주력인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제한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익스피디아, 부킹홀딩스(부킹닷컴 운영사) 등 이미 선점해 입지를 구축한 온라인여행사(OTA)들과 경쟁하기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야놀자가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펼치고 있는 클라우드사업은 숙박업자 등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이다. 여행앱을 운영했던 경험과 IT 기술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사업 경험을 갖춘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재영입 기조는 이수진 총괄대표가 단기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증시 상장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수한 인재들은 회사 성장성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알렉산더 이브라힘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한 일도 미국증시 상장을 직접적으로 염두에 둔 행보라 할 수 있다.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했던 국제 자본시장 전문가로 수백 곳의 글로벌기업의 기업공개와 자본조달을 지원한 경력을 지닌다.
이수진 총괄대표는 이전부터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야놀자 출범 초기부터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나 IT 기술 전문가를 중용하고 있다.
클라우드사업을 총괄하는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도 이 총괄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김 대표는 구글, 3M, 맥킨지앤드컴퍼니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2015년 야놀자에 합류했다. 이 총괄대표는 김 대표 영입을 위해 1년 가까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야놀자에 합류한 이준영 야놀자테크놀로지 대표는 삼성전자와 야후코리아, 구글 등을 거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특히 구글 미국 본사에 입사한 한국인 최초 엔지니어란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이준영 대표는 현재 야놀자그룹의 엔지니어링을 총괄하고 있다.
이밖에도 야놀자 임원진 면면을 보면 구글, 아마존, 맥킨지앤드컴퍼니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 임원들 가운데서도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많지만 일반 직원 채용에서도 기술 인력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는 이수진 총괄대표의 ‘테크 올인’ 기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테크 올인’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기술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뜻이다. 이 총괄대표가 천명한 ‘테크 올인’ 비전에는 임직원 70% 이상을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운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수진 총괄대표의 인재 욕심은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겸 최고경영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김 의장은 인재 확보가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는 외국인 임직원 비중도 높다.
쿠팡Inc의 주요 경영진(Leadership) 5명 가운데 판사 출신인 강한승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김 의장(미국 국적)을 포함해 4명은 모두 외국인이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 자금을 유치한 했다는 점, 미국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 등에서뿐 아니라 인재영입에서도 쿠팡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야놀자와 쿠팡의 수장 사이에는 차이점도 제법 있다.
김 의장이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나와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으며 기업인으로 성장한 사례라면 이수진 총괄대표는 다소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성장해 자수성가한 사례라 할 수 있다.
▲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2023년 6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인터파크트리플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여기서 AI기술을 접목해 국내 패키지 상품 역량을 강화해 2028년 인바운드 5천만 명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총괄대표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야놀자 설립 전 사업에 실패해 모텔 청소부로 일한 적도 있다.
다만 특유의 성실한 태도를 인정받아 모텔 매니저, 지배인으로 승진하고 모텔에서 일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야놀자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 총괄대표는 공업고등학교와 전문대학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은 내부적으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히 직접 숙박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현재 사업에도 큰 자양분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총괄대표는 숙박업종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숙박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으로 제공돼 불편했던 부분들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숙박업의 디지털전환, 데이터 확보를 통한 서비스 향상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추진하는 클라우드사업 등은 이 총괄대표의 사업적 통찰력에서 비롯됐다는 내부 전언이 나온다.
야놀자 관계자는 “이 총괄대표의 통찰력에 근거해 마련된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수행하기 위해 C레벨을 비롯한 여러 인재들이 채용됐고 각자가 전문 분야를 맡아 일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 총괄대표가 조율하는 역할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내수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나간다는 기조를 고수하는 반면 야놀자는 끊임없이 글로벌 진출을 꾀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이 총괄대표는 지난 달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영상 환영사를 통해 “야놀자 플랫폼은 인트라바운드 여행(내국인 대상 국내여행)으로 시작해 아웃바운드 여행(내국인의 해외 여행)으로 확장했고 인터파크트리플을 인수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여행시장을 공략할 역량도 갖췄다”며 “글로벌 넘버원 여행테크 기업이란 도전 과제를 차근차근 실행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의 관광 위상을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야놀자의 미국증시 상장이 당초 예상보다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앞서 블룸버그는 야놀자 내부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야놀자가 이르면 7월 미국증시에 상장해 4억 달러(5362억 원)를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다만 아직도 상장 관련 소식을 들리지 않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도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야놀자는 2022년 인터파크를 인수한 뒤 전자 상거래를 담당하는 인터파크커머스 지분은 큐텐에 매각했는데 큐텐으로부터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몰렸다. 야놀자는 이와 관련해 “인터파크커머스 지분 매각에 따른 자산 유출은 전혀 없기 때문에 대금 관련 미수금은 자본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미수금이 재무구조를 위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돈을 떼먹히게 된 셈인 만큼 악재라 볼 수 있다.
이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6월 비상장 회사 거래 플랫폼에서는 야놀자의 주가가 6만65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는 4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7조 원에 육박하던 수준에서 4조 원대로 낮아진 것이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