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호남에서 민심을 얻지 못한다는 위기론이 나올 수 있어 교섭단체 요건 완화 같은 양당의 공조 이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재보궐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제3정당으로서 역할과 존속에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평가에 직면할 수 있어 조국 대표로서는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조국혁신당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4일 오후 6시까지 10·16 영광·곡성군수 재선거 경선 후보자 신청을 받는다.
최종 경선 후보자는 5일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최고위원회 의결에 따라 결정되며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를 통한 100% 국민경선을 실시해 추석 연휴 이후 출마 후보가 확정된다.
조국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10월 재보권선거와 관련해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는 단일화를 제안하고 인천 강화 보궐선거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의 재보궐 선거 참전이 진보진영 전체의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끔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가 민주당과의 우호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900일 이상 남은 대선을 위해 한 달 뒤 재보궐 선거를 포기해야 하느냐”며 “현재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은 좋은 일이고 혁신당과 민주당의 경쟁은 나쁜 일이냐”고 반문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백브리핑에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확고하게 협력하고 생산적으로 경쟁할 예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조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두 당의 관계를 ‘기대는 관계’라고 표현한 만큼 10·16 재보궐 선거에서도 경쟁과 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조국혁신당의 제안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부산 금정구는 2001년 제7대 지방선거 이후 역대 7번의 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이 6번 구청장에 당선된 지역으로 민주당에게 험지다.
인천 강화군도 보수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으로 군수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확률이 높지 않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국민의힘에 복당한 유천호 군수가 47.33%를 얻은 반면 한연희 민주당 후보는 35.35%에 그쳤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인천 강화군은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이 매우 낮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민주당에서도 조국혁신당의 ‘호남민심’ 공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 민심 쟁탈전이 격화되고 혁신당이 정권교체의 장애물이 된다고 판단되면 호남 민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10월 재보선부터 경쟁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8월28일과 29일 진행된 소속의원 워크숍을 전남 영광에서 열었고 당 지도부가 재보궐선거에 대비해 호남에서 '월세 살이'를 준비할 정도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도 지난 8월30일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 등이 전남 순천과 영광을 차례로 방문하며 호남 민심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 전남 영광을 방문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조국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선전할수록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과의 협조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소속의원 12명 명의로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171석을 보유한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원론적으로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협력할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 차원에서 아직까지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교섭단체 의석수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겸임 상임위를 포함해 14개 상임위에 적어도 한 명씩 들어갈 수 있어야 교섭단체가 되는 것 아니겠냐”며 “10석은 말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이번 10·16 재보궐 선거를 통해 호남에서 민주당의 대안으로 떠오른다면 민주당이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해 국회에서 조국혁신당의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일을 꺼릴 수 있다.
민주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을 지냈던 장윤미 변호사는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조국혁신당이 4월 총선에서도 호남 표를 많이 가져갔는데 재보궐 선거까지 기세를 이어가면 민주당으로서는 호남이 흔들린다고 볼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협조하기도 곤란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이 가장 많은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호남 지역에서 재보궐 선거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제3정당으로서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리워질 공산이 크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후보 득표율이 민주당을 앞섰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10월 재보궐 선거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와 무등일보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8월30일 전남 영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투표할 정당 후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후보’라고 응답한 비율이 69.2%로 ‘조국혁신당 후보’(11.9%)를 압도했다.
이는 4월 총선 당시 전남 영광에서 민주당(38.03%)과 조국혁신당(37.03%)의 비례득표율이 박빙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전남 해남진도완도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2일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저도 재보궐 선거에 ‘올인’할 것”이라며 “제가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안 해줬는데 조국 대표가 교섭단체 문제를 마무리해야지 영광하고 곡성에서 경쟁해서 지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통한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8% 포인트다. 2024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라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가 부여(셀가중)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