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4-08-30 11: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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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제판분리로 실적 성과는 거뒀지만 자금관리와 주주환원 부문이 약한 점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하반기 자금 확보를 통한 자본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 부회장은 제판분리 효과에 힘입어 상반기 보험사업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배당이익 확보는 여 부회장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30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한화생명은 현재 배당 가능 자본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와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6월 말 기준 한화생명 자기자본이 줄었다”며 “또 신계약 유입으로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늘어 현재 배당가능이익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도 “한화생명의 최종 관건은 자본 측면 부담 해소다”며 “배당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련 제도 개선 등으로 자금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화생명 내부에서도 올해 하반기 주요 경영과제를 자본관리로 꼽고 배당가능 재원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한화생명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한화리츠에 매각하는 거래를 28일 마쳤다. 빌딩 매매가격은 약 8천억 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매각은 한화생명의 하반기 자금 확보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은 2024년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장교동 한화빌딩 매각으로 한화생명에 발생할 수 있는 손익은 약 2천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금액이 배당가능이익 증가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자본조달 목적으로 채권형 신종자본증권도 3천억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9월11일 수요예측, 9월24일 청약을 앞두고 있다.
한화생명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천억 원까지 증액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본성증권은 새 회계제도에서 자본비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많은 보험사가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이번 발행도 자본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용자본을 늘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생명이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관리를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과 달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는 점에서도 자본 안정성 확보를 향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신종자본증권은 일정 부분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돼 후순위채보다 질이 높은 자본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간주된다.
보험사 가용자본은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과 상대적으로 손실 흡수력이 낮은 보완자본으로 나뉜다. 기본자본이 보완자본보다 질적으로 앞선다고 평가된다.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이 줄며 주주 배당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의 2024년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9조8천억 원으로 2023년 말보다 1조6천억 원(14.2%) 줄었다.
반면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3조4천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천억 원(36.0%) 늘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감독회계 상 해약환급금 부족액을 이익잉여금 내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체제에서 계약해지 시 지급해야 하는 해약환급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법정준비금으로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된다.
실제 한화생명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질의응답에서도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검토하고 있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축소 규모 등이 9월이나 10월에 종합적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뒤 배당가능이익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대답했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공시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여 부회장에 자본관리 부담을 더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밸류업 공시는 금융당국 주도로 진행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각 기업이 기업 현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와 기업가치 제고 목표 등을 문서화해 발표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밸류업 및 밸류업 예고 공시를 진행한 회사는 모두 25개로 금융지주 등 금융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화생명은 30일 기준 아직 밸류업 예고 공시를 진행하지 않았다.
▲ 한화생명은 올해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에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한화생명 올해 상반기 기업소개(IR) 자료 갈무리. <한화생명>
여 부회장은 한화생명 대표로 취임한 뒤 ‘제판분리’를 진행하며 보험부문 수익성 개선에 성과를 냈다.
여 부회장은 2021년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며 대형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제판분리에 나섰다. 제판분리는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조직을 분리하는 시책으로 보험판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조직 확대에 기반을 둔 채널 경쟁력 강화 등에 힘입어 상반기 순이익으로 550억 원을 내며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채널을 활용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위주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한화생명의 장기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화생명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보험영업 기조를 확립하고 있다”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영업규모 성장세 및 효율적 보험계약 유지관리 역량 등을 감안할 때 영업채널상의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판분리로 영업이익을 안정화한 만큼 이제 여 부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자본 관리와 주주 배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하반기 지급여력비율(K-ICS) 관리 등 자본관리에 힘쓸 것”이라며 “밸류업 계획이나 발표 일정 등 상세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