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최근 퇴직연금 사업 강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중소형 규모의 증권사이지만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분기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6조7324억 원으로 미래에셋증권 26조6127억 원에 이은 2위다.
증권업계 상위 5개사에 속하는 한국투자증권(적립금 규모 14조572억 원), 삼성증권 (13조4662억 원), NH투자증권(7조145억 원), KB증권(4조9314억 원) 등 대형사와 비교해도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더 크다.
성과 측면에서도 최근 1년 수익률이 DB형의 경우 원리금보장 상품 4.38%, 비보장 상품 8.37%를 기록했으며 DC형의 경우 원리금보장 상품 4.19%, 비보장 상품 13.19%로 증권업계 평균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다만 현대차증권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퇴직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적립금 공시를 기준으로 현대차증권은 2분기 말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을 합친 계열사 비중이 87%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KB증권(18%), 삼성증권(14%), NH투자증권(6%), 한국투자증권(1%), 미래에셋증권(0.5%) 등 다른 증권사의 계열사 비중이 낮은 점과 대비된다.
배 대표는 이에 퇴직연금 고객사 다각화 및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계열사 비중을 낮추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9일 한국펀드평가와 퇴직연금 가입자 수익률 제고,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펀드평가는 펀드평가 전문업체로 연기금, 공모펀드를 대상으로 한 자문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증권이 퇴직연금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6일에는 인사관리 교육서비스업체인 원팀커넥트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원팀커넥트는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고객사에게 퇴직연금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 그룹사 이외의 외부법인 퇴직연금을 더 많이 끌어오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은 3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추진 작업반(TF)을 구성해 이달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방침도 세워뒀다. 실물이전이란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매도할 필요없이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올해 10월 시행된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DC형 퇴직연금 영업 전담조직 신설 및 자문부문 강화 등 퇴직연금 DC형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와 함께 비계열사 영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비계열사에 대한 영업 강화를 통해 운용관리 계열사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이를 통해 운용관리 기준 계열사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최초로 70%대로 떨어졌으며 올해 6월 말 기준 약 77.9%까지 낮아졌다"며 "이는 사업 초기인 14년도 87.9% 대비 약 10%포인트 감소한 수치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가 이처럼 퇴직연금 사업에 힘을 주는 배경엔 상반기 부진했던 실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증권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26억 원, 순이익은 25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38.5%, 42.3% 감소했다.
대형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진에서 탈피한 것과 달리 현대차증권 등 중소형사는 여전히 PF 충당금 적립이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 현대차증권은 리스크관리 강화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는 각자 돌파구를 찾아 나섰는데 현대차증권의 경우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강점을 더욱 특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 대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답게 기업 체질을 구조적으로 바꿔나가는 등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리스크 해소에 집중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1분기 말 기준 우발채무는 4382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41%가량 줄어들었다.
부실 부동산 사업장을 정리하고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적립하면서 건전성 강화를 우선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배 대표는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1965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아 국제금융팀장, 현대차 경영층 보좌역(상무), 기업전략실장(전무), 현대모비스 재경부문장(부사장) 등을 지낸 뒤 올해 초 현대차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차 기획실장 및 현대건설 종합기획실, 인천제철 등 그룹 내 경험이 풍부하고 현대모비스 시절 미래투자 강화를 위한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