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경제 및 금융분석연구소(IEEFA)에서 본 한국의 에너지 갭 문제. 검은색 부분이 화석연료, 연두색 부분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2030년까지 3배 늘리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에너지 갭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 IEEFA >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각) 에너지경제 및 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재생에너지 성장 부진이 한국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을 다차원적 리스크에 노출시키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지부진한 한국 재생에너지 정책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반도체와 AI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채원 IEEFA 에너지 재무 전문가는 "공급망 분야에 있어 커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심도를 고려하면 한국이 이 재생에너지 갭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한국이 2030년까지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3배 늘린다면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30년까지 한국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 수요는 약 5만3168기가와트시(GWh)로 전망됐는데 재생에너지를 3배 늘리면 약 11만3434기가와트시에 달한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구매자들은 공급망의 탄소 집약도를 향한 관심을 늘리고 있고 탄소 발자국을 능동적으로 줄이고 있는 공급자들을 찾고 있다"며 "현재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분야로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는 것이 한국의 경제적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미래 공급자와 구매자들을 확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2023년 기준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9.64%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인 30.25%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평균뿐만 아니라 아시아(26.73%)나 경제협력개발기구(OPEC)와 비교해봤을 때도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올해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했으나 여기서 목표로 잡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도 21.5%에 불과했고 2038년에도 32.9%에 그쳤다.
김 연구원은 "이 계획대로 간다면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비중 30%를 넘어서는 시점에 약 15년 이상 뒤처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11차 전기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높게 유지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8년 LNG 발전 비중을 9.3%로 계획했으나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는 오히려 11.1%로 높아졌다.
IEEFA는 한국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최소 2035년까지 LNG 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용인에 건설되는 반도체 산업단지도 LNG 발전으로부터 전력을 일정부분 충당할 것으로 계획됐다.
연구진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LNG에 부과되는 온실가스 분담금을 고려하면 LNG 발전 사용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크게 저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지정학적 영향력, 국가 안보, 산업 리더십, 자금 조달 능력과 공공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혹화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