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8-08 17: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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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주택사업지구 102개 가운데 23개 지구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관유착 문화가 퍼져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 감사원 감사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관리 감독업무 태만, 전관유착 행태 등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8일 국회감사요구와 공익감사청구에 따라 실시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특혜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건설하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1,2층(무량판구조)이 붕괴하는 사고로 감사요구 및 청구가 제기돼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취지에 맞춰 △무량판구조 주차장 부실건설의 원인 △전관 업체에 관한 특혜 제공 등 관리의 적정성 △직무관련 전관 업체와 유착 여부 등 3개 분야에 관한 감사를 진행했다.
우선 무량판구조를 갖춘 공공주택사업지구 102개 가운데 16개 지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7개 지구는 시공 과정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무량판구조는 건축물 천장 구조의 한 형태로 슬래브(바닥 판), 수평 보,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존 구조(라멘구조)에서 수평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다.
슬래브를 기둥만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슬래브에 설치하는 전단보강근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구조 지침 및 구조도면 비교 등을 통해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설계 검수와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무량판구조 시공 경험이 없는 시공사 등에 전단보강근의 설치 필요성과 시공 방법을 제대로 충분히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계오류, 시공상세도 누락 등 시공오류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건축사무소가 구조설계용역을 미승인 업체에 재하도급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입금내역서 등을 변조해 제출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관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확인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충북지역본부는 청주 공공임대주택 조성공사 과정에서 2회에 걸친 설계변경 승인 때 시공사가 설계변경을 요청한 원인이 원설계 오류때문임을 확인하고도 전관 설계업체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설계업체는 누적 벌점에 따라 최소 2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다.
또 경기도 화성비봉(A-4 3공구) 등 4개 지구를 감리한 전관 업체가 발급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는데도 이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지구에서는 전관 업체가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대상임에도 품질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검토를 소홀히 해 미흡통지서를 발급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일 처리를 행했다고 지적됐다.
전관 등 직무 관련자와 유착 및 특혜가 만연했다는 점도 밝혀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현장감독자가 전관 업체에서 8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하고 4500만 원가량의 출처불명의 현금을 재산등록 때 누락한 것이 확인됐다. 이 현장감독자는 직무관련 업체 대표 등과 해외 골프여행을 하고도 소속 부서장에게 해당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다른 현장감독자 3명은 직무와 관련한 전관 업체 임원과 30여 회 골프를 치면서 향응을 수수하고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무량판구조 검수 및 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한 관련자 13명, 전관 업체에 벌점을 미부과하거나 품질미흡통지서를 미발급하는 부당을 저지른 관련자 11명 등 모두 24명에 관해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요구했다.
앞으로 구조설계 성과물의 오류 발생 여부에 관한 검증을 강화하고 승인 없이 무량판구조 설계를 부당하게 재하도급한 건축사무소에 입찰참가자격을 제안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통보했다.
또 전관 유착 행태를 보인 관련자 9명을 엄중하게 문책하고 주의하도록 요구하면서 이 가운데 4명에게는 관할 법원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사회적 관심이 크고 국민안전과 직결된 사안임을 고려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전관 특혜 및 유착에 관해 엄정히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