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며, 향후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카카오 중장기 성장전략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장 실적 기대감도 낮아지면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반 년 넘은 ‘새판짜기’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 카카오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경기도 판교 본사 건물 유리에 붙은 회사 로고 <연합뉴스> |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카카오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초 증권가의 카카오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1483억 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1주일(6월28~7월4일) 동안 대신증권(1354억 원), KB증권(1342억 원), 한화투자증권(1328억 원), 메리츠증권(1299억 원), NH투자증권(1263억 원) 등은 카카오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추산했다.
본업인 광고 업황 회복이 더딘 가운데 콘텐츠 자회사들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 이어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도 함께 하향 조정하고 있다.
류은혜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플랫폼 부문에서 오픈채팅 개편 효과가 사라지고 에스엠 인수 효과도 사라지면서 카카오의 펀더멘털 개선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 기대감이 옅어지는 가운데 중장기 성장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된다.
2022년 말부터 인공지능(AI)이 IT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IT기업들도 AI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도 자체 개발하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 ‘코GPT’를 곧 공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여전히 공개일은 미정이다.
최근 칼로 AI 프로필 서비스도 7월을 끝으로 종료키로 하는 등 AI 사업 전략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측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LLM 대신 수익화 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연내 AI 응용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지난해 자체 LLM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고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카카오는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 경영쇄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말 "카카오라는 기업의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카카오의 전면적 사업 개편을 예고했다.
당시 카카오는 사업구조를 AI를 중심으로 크게 바꿀 것을 시사하면서 AI 부문에 꾸준히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1255억 원을 집행했고, 올해는 1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해 11월 이후 카카오 주가 추이. <한국거래소> |
반년이 넘은 현재 시장에서 카카오의 경영쇄신 기대감은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카카오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11월 카카오가 대대적인 사업개편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에 상승했던 주가는 꾸준히 하락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6만 원선에서 움직였던 주가는 다시 4만 원 초반까지 내리면서 4만 원 선도 위협당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의 주가는 4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경영쇄신의 시발점이 됐던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잔존해 있는 만큼 이후 실적이 추가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 임직원과 계열사가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 사건은 모두 52건이다. 소송액도 합쳐 1천억 원을 넘는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기대하던 새로운 성장과 사업 확대가 아직 가시권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하반기 신임 대표와 회사가 새로운 전략과 방향성을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