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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감속 운항부터 AI까지, 해운업계 탄소 분담금 압박에 대책 찾기 분주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7-04 13: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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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감속 운항부터 AI까지, 해운업계 탄소 분담금 압박에 대책 찾기 분주
▲ 캐나다 몬트리올항에 정박해 있는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소유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해운업계가 감속 운항이나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선박 운영 시스템까지 다방면으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국제기관이나 주요국 정부 차원에서 탄소 분담금 제도를 내놓으면서 온실가스 감축 압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각) BBC는 최근 해운업계에서는 탄소 감축 방법의 일환으로 감속 운항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초 글로벌 해운업계에는 ‘빠르게 항해하고 항구에서 기다린다(sail fast and wait)’가 관행이 자리잡고 있었다. 타 선사보다 물품을 빠르게 운송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문제는 글로벌 물동량이 코로나19위기 이후 크게 늘면서 선박 운용량도 증가하며 불거졌다. 글로벌 주요 항구들이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숫자를 넘어서면서 선박이 빠르게 도착해도 항구에서 접안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글로벌 물류업계가 코로나19 위기에서 갓 회복되던 2021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은 화물선이 급격하게 몰려 대기 선박 수가 100여 척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때 가장 늦게 도착한 선박은 최대 몇 달까지도 기다리기도 했다.

접안 대기 선박도 연료를 계속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료비는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게 된다.

이에 로스앤젤레스 등 태평양 연안 항구들은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선박들이 항구에 대기 중인 선박 현황을 공유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보를 받은 선박들은 빠르게 항해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대체로 이전보다 낮은 속도로 운항하게 됐다.

해운통계업체 제네타(Xeneta)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로스앤젤레스에 입항한 선박들은 대체로 3~4 노트가량 감속 운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박 탄소 배출량도 약 46만 톤 감소하는 효과를 냈다.

덴마크 해운업 연구단체 빔코(Bimco)의 표준·혁신·연구 디렉터를 맡고 있는 그랜트 헌터는 “선박이 운항 속력을 10% 줄이면 배출량도 약 20%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엔개발계획(UNDP) 등은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시행됐던 임시 조치를 글로벌 단위로 구축하는 플랫폼 ‘블루 비스비 솔루션(Blue Visby Solution)’ 후원에 나섰다.

블루 비스비 솔루션은 전 세계 항구들이 공유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별 선박 대기 현황을 보여주고 선박들이 적정 속도에 항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블루 비스비 솔루션 측 설명에 따르면 선박들이 적정 속도로 항해하게 되면 해운업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약 15%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감속 운항을 도입한다 해도 모든 업체들이 제대로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환경연구단체 CE텔프트의 선임 연구원 다그마르 넬리센은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항상 남들보다 속도를 높여서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려는 업체가 나온다"며 "그렇다해도 선박 업계를 향한 탄소 분담금 압박이 해운업계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BC는 감속 운항이 지정학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도 아덴만과 홍해를 항행하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을 하고 있는 예멘 반군 후티의 사례가 언급됐다.

한편으로는 효과적인 선박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AI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박 감속 운항부터 AI까지, 해운업계 탄소 분담금 압박에 대책 찾기 분주
▲ 야르덴 그로스 오르카 AI 최고경영자(CEO). <오르카 AI>
2018년 이스라엘에서 창립된 선박 운영프로그램 전문 개발사 '오르카AI'는 AI를 활용한다면 선박 연료비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르카AI는 원래 선박 무인 운영 시스템 개발사인데 최근에는 선박 연료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들로부터 약 2300만 달러(약 317억 원)를 투자받았다.

지난해에는 일부 선사들과 협업해 개발한 AI 솔루션을 시범 운용했는데 선박별 사용 연료를 평균 3~5%를 절감하고 전체 참여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도 약 17만2천 톤 감소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오르카AI는 주장했다.

야르덴 그로스 오르카 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해운 전문지 CSN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근 우리 기술을 채용한 얼리어답터 선박들이 이전보다 큰 운영 효율을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런 개선점들은 해운회사들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해 큰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르카AI의 선박 운영 프로그램 도입을 신청한 선박 수는 올해 5월 기준 1천 척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가 이렇게 여러 수단을 동원해 탄소 감축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업계를 향한 탄소 감축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7년까지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선박 전체에 일괄적으로 탄소 분담금을 매기자고 지난 3월 결의했다. 아직 구체적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해운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단위에서는 유럽연합(EU)이 올해 1월부터 유럽으로 운항하는 5천 용적톤(GT) 이상 선박들을 대상으로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으로 선박을 보내는 선사들은 올해 탄소 배출량 산정값의 40%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내년에 구입해야 한다. 2026년에는 구매 비중이 산정값의 100%로 상향된다.

결국 감속 운항이든 AI솔루션이 됐든 해운사들은 탄소 분담금 폭탄을 피하려면 시급히 감축 수단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 놓였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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