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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7월15일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북미와 유럽 공략의 최전선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의장은 일본에서 직접 발로 뛰며 라인의 성공을 이끌었는데 이 ‘성공방정식‘을 다시 한번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 이해진, 북미 유럽진출 직접 이끌 듯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 의장이 내년 3월 주총에서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은 앞으로 네이버의 북미와 유럽 진출을 현지에서 직접 지휘하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이사회 의장이라는 직함에서 벗어나 운신의 폭을 넓히고 직접 사업책임자가 돼 현지에서 뛸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북미와 유럽 등 꿈의 시장에서 라인과 같은 사례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의장은 일본에서 라인을 직접 지휘하며 성공을 거뒀다.
이 의장은 2004년부터 네이버의 전신인 NHN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는데 2013년 그만두고 이사회 의장만 유지했다. 국내사업에서 맡은 역할을 축소하면서 당시 성장세를 보이던 라인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 뒤 라인은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글로벌에서 월간 실질이용자수 2억2천만 명을 넘겼고 올해 7월 일본과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 의장은 라인을 개발하던 시기부터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며 사업을 주도했는데 직원들과 일본사업 전략을 논의하며 밤을 샌 날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라인으로 아시아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지만 북미나 유럽에서는 사실상 바닥부터 올라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 의장이 라인의 경험을 토대로 직접 현지 사정을 파악하며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유럽 먼저 두드린다
이 의장은 북미보다 유럽진출을 먼저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9월 말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이끄는 투자회사 코렐리아 캐피탈에 1억 유로(약 1238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으로 유럽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 의장은 당시 “글로벌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곳이 유럽”이라며 “단순 투자가 아니라 현지 진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북미보다 유럽이 파고들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곳에 집중해 인지도를 높인 뒤 북미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구글의 아성을 파고드는 데에는 문화적 다양성에 더 열려있는 유럽이 북미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북미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텃밭’”이라며 “유럽도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북미보다는 경쟁환경이 더 낫다는 판단을 경영진이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평소 라인의 성공비결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꼽아왔다. 유럽에서도 우선 현지 문화와 시장특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앞으로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서 성공의 디딤돌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