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발전자회사 5곳에 “8월 초까지 사장 후보자 선정을 마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공기업 사장 인선에 통상적으로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전자회사 사장 인선 작업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미 사장 인선에 나선 공기업들도 늘고 있다. 6월 들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이 사장 모집 공고를 냈다.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사장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곳도 있다.
정부가 공기업 사장 인선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등 정치 일정과 겹치며 공공기관 전반적으로 기관장 인선이 크게 지체됐기 때문이다.
현재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공공기관은 모두 6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공기업 사장 인사가 지체된 데는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데 따른 후유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에는 총선 직후에 공기업 사장 인사의 ‘큰 장’이 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권이 예상 밖으로 참패를 당하면서 정부 전반적으로 인사에 부담이 커졌다.
특히 총선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개각 논의가 나온 점은 공기업 사장 인사 지연에 직접적 원인이 됐다. 개각의 구체적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 부처에 속해 있는 공기업의 수장 인선 역시 진행되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이 총선 한 달이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개각을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개각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집불통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각을 정국 국면돌파용으로 쓰지 않겠다고 이야기해 왔으나 이제 개각이 필요하다”며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장관직을 맡은 분들이 있고 각 부처 분위기도 바꿔 더욱 소통하고 민생에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개각은 7월 중순이 지나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장관직을 맡은 ‘장수 장관’ 위주로 장관 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국무총리의 교체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당분간 한 총리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6월26일 국내 언론과 통화를 통해 “개각은 6월 중에 발표는 어렵다”며 “7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각과 함께 속도를 내기 시작할 공기업 사장 인사를 놓고 정치권 출신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총선과 시기가 맞물린 만큼 정치권에는 낙선, 불출마 등으로 자리가 필요한 인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주요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 정치권 출신을 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 오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정치인 출신 공기업 사장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이다.
특히 이번에 임명되는 공기업 사장은 임기가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와 거의 대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기업 사장의 임기는 통상적으로 3년이고 윤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9일까지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이번에 임명될 공기업 사장들과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함께하게 되는 만큼 더욱 정부와 성향이 맞는 정치권 인사를 쓰려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사장 인선을 진행 중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지난 총선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에 도전했다 낙천한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이 최종 후보로 올랐다. 민 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국민통합특보로 일했으며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에 고정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주로 관료 출신이나 한전 출신이 임명돼 온 발전자회사 5곳에도 지역 연고가 있는 정치권 인사 위주로 하마평이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서발전 사장 자리를 놓고는 한무경, 권명호, 이채익 전 의원을 비롯해 박맹우 전 울산시장 등이 지원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부발전에는 홍문표 전 의원이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명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