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06-19 16:15:20
확대축소
공유하기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 2명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정형권 지마켓 대표이사 내정자(왼쪽)와 최훈학 SSG닷컴 대표이사 내정자. <신세계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 2명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지마켓과 SSG닷컴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이 다른 인물들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결정으로 여겨진다.
19일 유통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SSG닷컴과 지마켓 대표를 바꾼 것을 놓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022년 10월 SSG닷컴의 오픈마켓 기능을 지마켓에 넘기는 방향으로 정리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교통정리를 끝낸 상황에서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별다른 성과가 나지 않자 또 다른 변화의 신호탄으로 대표를 교체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 인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들은 정형권 지마켓 대표이사와 최훈학 SSG닷컴 대표이사의 이력을 이유로 든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와 크레딧스위스 등을 거쳤고 쿠팡에서 재무임원으로도 일했다. 이커머스와 핀테크업계를 두루 경험한 재무전문가로 통한다.
알리바바코리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국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일한 정 대표가 지마켓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해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모두 오픈마켓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정 대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 대표는 정용진 회장의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1994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는데 정 대표도 1997년 브라운대학교 경제·응용수학 졸업 후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모두 같은 대학교에서 마쳤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쉽지 않았던 만큼 지마켓에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대표를 교체하면 특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룹에서 의지가 있구나라고 느끼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정형권 지마켓 대표이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의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1994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는데 정 대표도 1997년 브라운대학교 경제·응용수학 졸업 후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모두 같은 대학교에서 마쳤다.
SSG닷컴 대표 자리에는 외부 인사가 아닌 신세계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앉혔다. 최 대표는 2000년 이마트에 입사해 24년 동안 그룹에 몸 담은 ‘신세계맨’이다.
최 대표는 이인영 전 SSG닷컴 대표이사와는 결이 다른 이력을 가졌다. 이 전 대표가 주로 지마켓과 SSG닷컴에서 일한 이커머스 전문가라면 최 대표는 이마트 마케팅부서에서 주로 일한 마케팅 전문가다. 지난해부터는 SSG닷컴 영업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정 회장이 최 대표에게 SSG닷컴을 맡긴 이유도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커머스 시장 무게추가 쿠팡으로 기운 상황에서 SSG닷컴이 상품 카테고리로 승부를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오픈마켓 기능을 지마켓이 전담하면서 SSG닷컴은 직매입을 통한 운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에 뺏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적극적 마케팅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지난해 3월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마트가 MZ세대 유입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케팅담당 임원으로서 고민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라며 “이마트 주고객은 5060세대 비중이 가장 높은데 이를 두고 ‘이마트는 직원과 고객이 함께 늙어간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마트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브랜드와의 협업 및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들 가운데 젊은 고객들이 많이 때문에 최 대표의 고민은 SSG닷컴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SSG닷컴과 지마켓 대표 교체가 실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마켓과 관련해서는 정 대표가 알리바바코리아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가 예전과 비교해 인기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알리익스프레스 DNA를 지마켓에 이식시켜 성과를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최 대표에게 부담되는 부분은 SSG닷컴의 수익성이다.
SSG닷컴 영업손실은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2억 원, 2023년 10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폭을 82억 원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이 1천억 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