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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최강자 토요타의 '인증비리', 현대차 세계 점유율 늘릴 기회 맞아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4-06-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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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최강자 토요타의 '인증비리', 현대차 세계 점유율 늘릴 기회 맞아
▲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토요타 품질 인증 부정 취득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품질 인증 취득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세계 전기차 수요 침체기를 맞아 하이브리드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고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토요타그룹이 이번 인증 부정 사태로 일정 부분 판매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세계 판매 3위 현대차그룹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릴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3일 토요타자동차를 포함한 5개사 6개 모델에 관한 출하정지를 지시한 뒤 이달 중 완료를 목표로 해당 차종의 안정성 등 적합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1월 국토교통성은 토요타의 자회사 다이하쓰가 자동차와 엔진을 대량 생산할 때 필요한 '형식 지정' 취득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다른 업체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그 과정에서 토요타 계열사뿐 아니라 본사에서도 품질 인증 과정에 부정행위가 이뤄진 게 확인된 것이다.

토요타는 코롤라 필더, 코롤라 악시오, 야리스 크로스 등 현재 생산중인 3개 차종과 크라운, 아이시스, 시엔타, 렉서스 RX 등 과거 제작했던 4개 차종 등 모두 7개 차종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보행자 보호시험과 관련해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충돌시험에서 특별히 제작된 차량을 투입해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타가 이번에 생산을 중단한 코롤라 필더, 코롤라 악시오, 야리스 크로스 등 3종의 생산 대수는 연간 판매량이 1천만 대가 넘는 도요타 전체 연간 생산량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토요타 판매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 1위 완성차로서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그로 인한 자동차 판매의 부정적 영향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요타는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충돌 전 감지 및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포함한 안전 기능들을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왔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사례를 보면 2015년 인증 통과를 위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부정 사용했던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존의 브랜드 평판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안전 스캔들로 인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르네상스가 꺾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도로 위 운전자들은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데이터보다 (토요타의) 안전 문제에 더 즉각적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이는 평판의 악몽"이라고 짚었다.

토요타그룹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전년보다 7.2% 증가한 약 1천123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 4년 연속으로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토요타그룹이 작년 판매량을 늘린 데는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 영향이 컸다. 지난해 토요타의 전년 대비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율은 30%로, 전체 차량 판매 증가율의 4배를 넘었다. 전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HEV)가 차지하는 비중도 30%(344만 대)를 넘어섰다.

판매량 2위는 폴크스바겐그룹(924만 대)이며, 3위는 현대차그룹(730만4천 대)이다.

토요타그룹이 잇따른 안전 인증 부정 사태를 겪으면서 일본 자동차그룹 다음으로 높은 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하이브리드차 판매 순위에서 토요타그룹, 닛산그룹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최강자 토요타의 '인증비리', 현대차 세계 점유율 늘릴 기회 맞아
▲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4월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하이브리드(HEV) 모델 라인업 강화를 포함한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기아>
더욱이 올해 들어 세계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며, 현대차그룹은 전방위적 하이브리드차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기아 역시 올해 6개 차종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2026년 8개, 2028년 9개 차종으로 늘려 주요 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목표로 효율과 성능을 크게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5 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데, 기존(1.6리터)보다 엔진 용량을 키우고 모터를 하나 더 추가해 시스템 출력과 연비 효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출시를 계기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타그룹은 세계 최강의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보유한 반면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펼치면서 전기차 경쟁력은 현대차그룹에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토요타 그룹의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0만4018대로 현대차그룹(45만 대)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현대차는 48만 대, 기아는 37만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 강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토요타의 위기는 세계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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