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가 합헌이라는 것을 18년 만에 재확인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낸 형법 123조 위헌소원에서 5월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을 선고했다.
▲ 사진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20년 1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정보를 수집·보고하도록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징역 1년이 확정된 바 있다.
이에 그는 처벌의 근거가 된 형법 123조가 지나치게 모호해 어느 범위까지 불법인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명확성 원칙은 법 규정에 어떤 행위를 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처벌받는지 알 수 있도록 분명한 용어로 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헌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헌법소원 총 4건을 심리한 뒤 이 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직권의 남용’이란 ‘직무상 권한을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무 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범행의 객체가 되는 ‘사람’은 단지 일반인 뿐만 아니라 공무원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징계 등 행정 처분으로 충분한 일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헌법상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앞서 2006년에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공무원의 직권남용 행위를 행정상 제재가 아닌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