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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진 공차코리아 대표이사 |
한국 사회에 버블티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김여진(32) 공차코리아 대표이사가 있다.
그는 버블티 대중화를 이끌어 버블티 시장을 일궜고, 버블티 프랜차이즈사업을 1천억원 대로 키웠다.
김 대표가 대만의 버블티 공차를 만난 것은 20대 후반 평범한 주부였을 때다. 그는 공차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작은 가맹점 하나 낼 생각을 했다.
김 대표는 열정으로 대만 본사를 움직여 한국 프랜차이즈 권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공차에 눈독을 들이던 쟁쟁한 대기업들을 따돌린 것이다. 2011년 당시 김 대표는 29세였다.
김 대표는 공차코리아를 설립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4월 서울의 홍익대 앞에 첫 매장을 열었다. 불과 2년이 지난 지금 공차는 전국에 200개를 훨씬 웃도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버블티는 과일 주스나 홍차 등에 타피오카 펄을 넣은 음료수다. 타피오카 펄은 쫄깃한 알갱이다. 열대식물의 뿌리 ‘카사바’에서 얻은 녹말로 만든다.
타피오카 펄은 쫀득쫀득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칼로리가 적게 나가고 한 끼 식사대용으로 가능하다. 버블티는 순식간에 여름 음료의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공차코리아는 최근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충정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가격은 1천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어떻게 버블티를 들여왔고, 왜 공차코리아를 매각하려고 하는 것일까?
◆ 공차 대만 본사, 김여진의 열정에 설득당하다
김여진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공차를 만났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업무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공차를 접했을 때 신선하다고만 생각했다. 소비자가 직접 크기, 당도, 얼음의 양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사람들이 길게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신기했다. 당시 공차는 대만, 홍콩, 중국, 싱가포르, 호주 등 11개 나라에서 40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 대표와 6살 난 딸은 처음 공차의 밀크티를 마시고 반했다. 그가 커피를 못 마신다는 점도 공차에 더욱 관심을 쏟게 했다. 그의 딸도 좋아했다. 그는 공차의 밀크티를 마시기 위해 30분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국에 공차 가맹점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자기 카페를 가지고 싶다는 것은 여자들의 로망”이라며 “공차가 워낙 잘 되고 맛있으니 한국에서 작은 가맹점 하나 낼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 커피전문점이 대세였다. 김 대표는 커피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차문화도 늘어날 것으로 확신했다.
싱가포르로 관광온 한국인들이 공차를 찾는 것도 그의 확신을 더욱 굳게 했다. 김 대표가 공차에 갈 때마다 늘어선 줄 속에서 한국인 2~3명은 꼭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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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진 공차코리아 대표이사 |
김 대표는 대만으로 날아가 공차 본사를 찾아갔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이 공차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확보 경쟁에 뛰어들기로 했다. 그는 엄마로서 철학과 공차에 대한 열정을 앞세워 한국 프랜차이즈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전 재산을 쏟아넣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생애 처음으로 간절했던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본사를 설득하기 위해 싱가포르 매장 40여 개를 모두 방문해 고객반응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공차 대만 본사는 매뉴얼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고 외국에서도 이런 매뉴얼이 꼭 지켜지기를 원했다.
김 대표의 열의는 마침내 대만 본사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했다. 김 대표는 대만과 싱가포르를 수차례에 드나들며 무려 1년 동안 협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남편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남편은 은행 출신의 금융전문가로 경험을 발휘해 김 대표의 협상을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김 대표는 마침내 대기업을 제치고 한국 프랜차이즈 권한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남편의 협상력과 함께 한국인 주부라는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공차의 대만 본사에서도 사업을 크게 키우려는 욕심보다 공차의 품질을 잘 유지해 줄 사업 동반자를 찾고 있어 나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다
김 대표는 2012년 4월 공차코리아 홍대점을 열었다. 그는 꼭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렸다. 불안감 때문에 매일 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공차는 맛이 독특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기에 한국만의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고민했다.
공차는 메뉴의 기본이 되는 홍차, 우롱차, 얼그레이차, 녹차 등을 매장에서 그때그때 신선하게 우려낸다. 4시간이 지나면 차 고유의 맛이 변하기 때문에 폐기하고 새로 우려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타피오카는 맛의 품질을 위해 매장에서 판매할 만큼 수시로 삶고 뜸을 들여 제공한다.
김 대표는 여기에 무방부제와 무색소를 넣어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국내에 들여오는 제품에 대해서 색소와 방부제를 넣지 말아줄 것을 본사에 요청했다.
대만에서도 무색소와 무방부제 상태의 음료를 팔지만 해외에 수출할 때 방부제와 색소를 넣는다. 김 대표는 공차를 좋아하는 딸을 생각해 방부제와 색소를 빼달라고 주문했다. 신선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대만 본사 대표도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차 우리는 온도, 펄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했는데 나도 그 철학을 그대로 따랐다”며 “한국 매장에서 무방부제 무색소 원료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아이에게 방부제와 색소가 들어간 음료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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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차의 버블티 |
공차는 고객 스스로 당도와 얼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또 토핑도 선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여기에다 한국만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김 대표는 배달을 위해 포장기술도 개선했다. 서울의 종로점이나 여의도점의 경우 배달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차의 모든 음료에 스티커를 붙였다. 이 스티커에 당도와 얼음 양이 표기돼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공차는 대형커피 전문점처럼 TV드라마 같은 곳에 PPL광고를 하지 않았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프로모션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성공한 이유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 몸집 커진 공차코리아
김 대표는 처음에 몇 개의 가맹점만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맹점 문의가 폭발적으로 들어왔다.
김 대표는 이런 문의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사업경험이 없는 평범한 주부인 데다 홍대 앞의 조그만 카페에서 대만 본사 매뉴얼대로 만드는 것도 힘들었는데 가맹점 문의가 오니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홍익대 1호점을 연 뒤 처음에 손님이 없어 걱정을 했다. 그래서 본사에다 하소연을 한 적도 있다. 본사 관계자들은 인내를 갖고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3주째가 되자 고객들의 반응이 나타났고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그는 “본사 대표가 매장에 처음 와 차 맛을 보시더니 한 달만 기다리라며 격려했는데 2주 만에 손님이 넘쳐나고 5월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홍익대 부근 7평 남짓의 점포에서 하루 매출이 1천만 원을 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가맹점 문의가 줄지어 들어오자 망설였다. 공차라는 여름 음료가 과연 겨울에도 팔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겨울에도 팔리지 않으면 점포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만 본사의 자료를 통해 겨울에도 원활한 매출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마침내 가맹점사업에 들어갔다. 매장은 빠르게 늘어나 7월 말 현재 235개나 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본점, 영등포점, 부산본점 등 세 곳에 공차 매장이 있는데 월 평균 7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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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차코리아 매장 내부 |
◆ 김여진은 왜 매각을 하려는 것일까
김 대표는 처음에 몇 개의 매장만을 운영하면서 대만 본사의 까다로운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 조건에 대만으로부터 직접 재료를 공급받는 것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 김 대표는 무방부제 무색소의 원칙을 추가했다.
그런데 가맹점이 200개가 넘어서면서 가맹점 관리에 어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차코리아의 규모가 커지면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인사들은 공차코리아가 가맹점사업으로 방향을 튼 이상 좀 더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 대표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공차코리아는 1년6개월 만에 가맹점이 100개로 늘어났다. 이렇게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던 데 커피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공차의 개업비용이 한몫했다.
국내 12개 커피전문점의 평균 개업비용은 1억4천만 원 정도다. 반면 공차코리아는 1억1540만 원이 들어간다. 게다가 이 비용 중에서 1천만 원 정도는 가맹계약이 끝날 때 되돌려준다.
대형 커피전문점의 경우 매장이 30평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공차는 20평만 넘어도 된다.
그런데 최근 가맹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품질유지와 고객맞춤형 서비스에 주력하는 공차코리아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한 고객이 공차 매장에서 버블티를 마셨는데 버블티 플라스틱 뚜껑조각이 목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매장은 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업계의 관계자는 “본사에서 가져오는 뚜껑이 원인이기 때문에 본사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차 관계자는 “고객의 민원을 듣고 성심성의껏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공차의 맛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늘고 있다. 한 고객은 트위터에 “공차의 매장이 늘어나면서 슬슬 품질관리가 안되는 느낌”이라며 “차를 제대로 안 우려내는 매장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가맹점주들이 4시간마다 새로 차를 우려내야 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 고객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차는 최근 가게를 운영하는 수준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차원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 김 대표가 어려움을 느끼면서 대기업이 체계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매각이유를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