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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⑤] 로스 클레어 ASFA 리서치부문 이사 “호주 은퇴자 30% 안락한 노후, DC형의 롤모델”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4-05-23 14: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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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올해 한국사회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지 20년차를 맞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퇴직 이후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퇴직연금'이 되기 위해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퇴직연금 선진국을 찾는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호주, 일본, 미국의 퇴직연금 장단점을 알아보고 국내 퇴직연금제도가 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호주 글 싣는 순서
① ‘유어 퓨처, 유어 슈퍼’, 연 9%대 수익률로 '질 좋은 노후' 신뢰 쌓아
② 매튜 린든 SMC 전략총괄대표 “장기운용 시스템이 마법의 수익률 낸다”
③ 커스틴 사무엘스 FSC 정책이사 “치열한 퇴직연금 운용경쟁, 정부 2번 퇴짜 땐 시장 퇴출”
④ 크리스 브라이키 스탁스팟 CEO “퇴직연금 투자의 새 트렌드 ETF, 자산운용 다양화 계속된다”
⑤ 로스 클레어 ASFA 리서치부문 이사 “호주 은퇴자 30% 안락한 노후, DC형의 롤모델”
⑥ 연금 개혁은 계속된다, 퇴직연금협회 웨비나 “다음 과제는 성별 격차 해소”
⑦ “우리는 행운아! 은퇴생활도 햇살 쨍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⑤] 로스 클레어 ASFA 리서치부문 이사 “호주 은퇴자 30% 안락한 노후, DC형의 롤모델”
▲ 로스 클레어 호주연금기금협회(ASFA) 리서치부문 이사는 5월 비즈니스포스트와 서면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의 보편적 적용, 단계적 시행, 그리고 은퇴할 때까지 연금잔액을 보존하는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 ASFA >
[시드니(호주)=비즈니스포스트] “은퇴자의 약 30%가 호주연금기금협회 퇴직표준을 넘는 소득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로스 클레어 호주연금기금협회(ASFA) 리서치부문 이사는 5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호주가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퇴직연금 제도의 좋은 ‘롤모델’이라고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클레어 이사는 “기업의 슈퍼애뉴에이션(퇴직연금) 기여금이 9%를 넘어 2025년에는 12%에 이르는 등 제도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2050년에는 슈퍼애뉴에이션으로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근로자의 비율이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연금기금협회는 사람들의 은퇴 뒤 생활방식에 따라 필요한 연간 예산을 ‘퇴직표준 보고서’로 발표한다.

호주연금기금협회의 최신 퇴직표준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65~84세 커플이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1년에 7만2148호주달러(약 6525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싱글인 경우는 1년에 5만1278호주달러(약 4642만 원)가 있어야 한다.

결국 호주연금기금협회 연구조사에 따르면 이미 호주에서는 슈퍼애뉴에이션을 통해 은퇴 뒤 한 달에 각각 543만 원과 386만 원을 받는 커플과 싱글이 전체의 3분의1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호주연금기금협회가 정의하는 편안한 노후생활은 해마다 국내여행과 주기별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고 식료품 구입, 집 수리, 개인건강보험, 외식 등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평균 수준의 차를 소유하고 운동과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생활방식이다.

짧은 국내여행과 적정한 수준의 외식, 경제적 취미생활이 가능한 ‘겸손한’ 수준보다 한 단계 위다.

클레어 이사에 따르면 이런 편안한 노후생활이 가능한 인구 비중은 현재의 30대, 40대가 은퇴할 시기인 25년 뒤에는 절반 가까이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⑤] 로스 클레어 ASFA 리서치부문 이사 “호주 은퇴자 30% 안락한 노후, DC형의 롤모델”
▲ 호주연금기금협회(ASFA)가 발간한 '2024 퇴직표준 보고서' 인포그래픽 일부 갈무리. < ASFA >
겸손한 생활방식의 경우 커플은 한 달에 약 354만 원, 싱글은 246만 원 정도가 있으면 된다. 이는 2023년 11월 KB금융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KB골든라이프보고서의 노후 적정생활비(가구 기준 월 369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현재 이 적정생활비를 위해 국민연금 외 퇴직연금 제도를 발전시켜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시스템이 확실히 훌쩍 앞서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클레어 이사는 호주가 퇴직연금 강국이 된 데 확정기여형 제도가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클레어 이사는 “앞으로도 호주를 비롯한 세계 퇴직연금시장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호주는 이런 제도의 좋은 롤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확정기여형은 퇴직연금의 운용을 고용주가 아닌 개인과 외부 전문운용사에 맡기는 제도다.

급여와 근무기간 등에 따라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돼 있는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과 다르게 투자운용 성과에 따라 은퇴 뒤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진다.

글로벌 퇴직연금 컨설팅기업 윌리스타워스왓슨(WTW) 산하 연구기관의 ‘2024 글로벌 연금자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총자산의 88%가 확정기여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다른 퇴직연금 선진국 미국(67%)보다 월등히 높다. 호주,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일본까지 세계 퇴직연금 선진국 7개 국가 평균(58%)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그 비중이 27%에 그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확정기여형 규모는 101조4천억 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4천억 원이다.

호주 정부는 슈퍼애뉴에이션을 강하게 관리, 규제하고 있지만 더불어 확정기여형을 바탕으로 여러 사업자가 성과로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퇴직연금 역할을 키웠다.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⑤] 로스 클레어 ASFA 리서치부문 이사 “호주 은퇴자 30% 안락한 노후, DC형의 롤모델”
▲ 5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오페라바 이곳에서는 공연을 즐기고 항만의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는 어르신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호주 정부는 앞으로도 확정기여형 중심의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해가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호주에도 아직 일부 기업에는 확정급여형을 포함해 고용주가 만든 자체 퇴직연금 플랜이 있고 호주 방위군과 공공서비스산업에는 슈퍼애뉴에이션 이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상품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현재 신규 가입자는 모두 확정급여형으로만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클레어 이사는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의 보편적 적용, 단계적 시행, 그리고 은퇴할 때까지 연금잔액을 보존하는 것이 성공적 제도를 만드는 길이다”고 조언했다.

호주연금기금협회는 호주 퇴직연금산업 관련 정책 관련 활동, 연구 등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1962년 설립됐다. 호주의 대표적 기금형 슈퍼애뉴에이션 펀드들부터 호주연방퇴직연금공사, 재무부 산하부서인 NT연금사무소 등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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