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들이 만든 모바일메신저 ‘조인 블랙버드’를 스마트폰 기본앱으로 탑재하기로 했다. 이는 이동통신사들의 글로벌 모임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 가운데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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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
조인의 글로벌 점유율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삼성전자 스마트폰 기본탑재를 통해 이용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들 중 처음으로 조인의 최신버전 ‘조인 블랙버드’를 기본 앱으로 탑재한다고 공식블로그를 통해 5일 밝혔다.
조인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주도해 만든 통합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협회는 국내 ‘카카오톡’이나 미국 ‘위챗’ 등 공짜 모바일메신저가 인기를 끌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조인을 개발했다. 조인 사용자들은 통신사와 무관하게 문자와 채팅부터 실시간 파일 공유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먼저 독일과 스페인에 조인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이후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에서 출시하는 모델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출시모델에 대해서 통신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블로그에서 “조인은 이동통신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바꿀 진보적이고 중요한 기술”이라며 “가장 진보한 이동통신 소프트웨어와 사용 가능한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해 (삼성전자의) 차별화를 잇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기본앱으로 탑재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로부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협회는 세계 통신관련 협회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부베로 사무총장 아래 25개 이동통신사 경영진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도 구성원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이동통신 관련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도 이곳에서 주관한다.
SK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2012년 12월 조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따로 앱을 설치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 이용률이 전체 사용자의 0.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베로 사무총장은 조인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많고 협회와 사이가 좋은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부베로 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 방한 때 삼성전자를 직접 찾아가 조인 탑재를 요청했다. 당시 그는 신 사장과 만나 “기존의 문자메시지 대신 조인이 스마트폰에 내장된다면 이용자들도 쓰기 편하다”고 말했다.
부베로 사무총장과 함께 방한한 알렉스 싱클레어 협회 최고기술책임자도 “삼성은 우리와 새 기술표준을 테스트하는 파트너 역할을 많이 했다”며 “세계 통신사들의 협력요구를 가장 빨리 들어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를 2011년 2월 MWC 2011에서 발표한 뒤 꾸준히 행사에 참여하면서 협회와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삼성은 또 근거리무선통신 등 협회가 주도했던 무선통신기술을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적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조인을 탑재하기로 한 것은 삼성전자가 만든 ‘챗온’이 실패하자 사실상 마음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챗온은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에 기본앱으로 탑재됐다. 챗온은 지난 5월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으나 ‘가짜 사용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구입해 삼성 계정을 만들기만 해도 가입자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부 임직원들조차도 일부를 제외하고 다른 모바일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