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5-13 16: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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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바라소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달 초 성명문을 발표하며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받고 있는 한화큐셀이 중국 기업과 알곤 가스 공급계약을 맺은 것을 비판했다. <존 바라소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기업과 중국 공산당은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을 단 한 푼도 받아선 안 된다.”
존 바라소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달 초 성명문에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고 있는 한화큐셀이 중국 기업과 아르곤 가스 관련 공급계약을 맺은 것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한화큐셀은 중국 공장까지 철수하며, 미국 태양광 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만큼, 미 정계 반발에 현지 입지가 흔들릴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13일 태양광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큐셀은 중국 기업과 미국 공장에 아르곤 가스 공급 계약에 따른 미 언론과 정계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한화큐셀이 아르곤 가스 설비 구매를 위해 미국 제조사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중국 기업인 라이펑 가스와 아르곤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어 알르곤 가스 설비 구동을 위해선 일정 시간동안 중국 기술자가 필요하다며, 한화큐셀 미 조지아주 공장에 중국 기술자가 체류하면 기술 유출 위험성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 에너지 위원회 소속 최고위원 존 바라소 상원의원은 한화큐셀의 IRA 혜택이 중국으로 흘러간다며, 강력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바라소 의원은 최근 미국 태양광 제조업체 연합의 일원인 한화큐셀이 미 당국에 중국산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관세 부과를 요구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회사의 양면적 태도를 지적했다.
회사에 필요한 중국 견제를 정부에 요구하면서, 뒤로는 중국 기업과 손잡아 IRA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다.
애슐리 샤피틀 미 재무부 대변인 역시 IRA 취지가 중국을 견제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최근 성명을 통해 “IRA는 과도한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전체 태양광 공급망을 온쇼어링(자국 내 기업 설립) 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했다.
한화큐셀은 상당한 규모의 IRA 혜택을 누리고 있다. 회사는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위치한 태양광 제품 생산공장 ‘솔라허브’에서 올해에만 2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해 1860억 원 규모의 첨단세액공제(AMPC)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솔라허브에서 잉곳·웨이퍼·셀·모듈 모두 제조하게 되면서 1조 원 규모의 AMPC 세제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큐셀은 2019년부터 미국에서 3조2천억 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통해 미 태양광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 포브스는 가정을 위한 태양광 패널 제조사 가운데 한화큐셀이 ‘가장 인지도 높은 기업'으로 선정했다. 그러면서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위치한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 전경. <한화큐셀>
한화큐셀 측은 미 정계 비판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구체적 사항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솔라허브 설비의 3분의 2 이상은 한국산이고, 아르곤 가스 정제 관련 설비는 전체 공장의 0.05%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중국으로 넘어갈 미 보조금 비중도 작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인 기술자가 일시적으로 공장에서 근무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아르곤 가스 정제작업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유출 우려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이 아닌 중국기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이 중국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잉곳 재활용 처리 작업을 일원화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브라 드송 한화큐셀 미국 법인 대변인은 “공장을 설립하려면 현지 공급업체를 포함해 전 세계 기업으로부터 장비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 정계가 한화큐셀 태양광 공장의 0.05% 수주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과 계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IRA를 통한 태양광 산업 진흥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12일(현지시각) 바이든 정부의 태양광 지원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에선 최근 최소 4개 이상의 태양광 관련 공장 설립 계획이 보류되거나 연기됐다.
블룸버그는 “태양광 발전 관련 기업에 22조 원 가량의 투자가 진행됐으나, 상당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와 높은 금리,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을 이유로 미국 태양광 산업이 경제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