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환영 만찬에 부인과 함께 참석한 아모스 호크스테인 백악관 에너지 안보 수석 보좌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백악관에서 서방 국가들이 주요 금속 생산국들에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광물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요 투자 대상 광물 생산국 가운데 상당수가 향후 수십 년 내 기후변화로 생산 감소가 전망돼 공급망 다변화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아모스 호크스테인 미국 에너지안보 수석보좌관이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밀켄 연구소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잠비아와 콩고민주공화국 등 광물 생산국들에 서방권 국가들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호크스테인 수석보좌관은 “어디에서 어떤 사업을 할지 각자 결정할 권리가 있지만 결국 그런 나라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은 에너지 전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왜냐하면 국내에서 자체 생산되는 것만 가지고는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크스테인 보좌관이 언급한 잠비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은 각각 구리와 코발트 주요 생산국인데 높은 매장량을 보유해 향후 생산량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일명 '중앙아프리카 구리벨트(CACB)' 위에 위치해 있다. 글로벌 투자자단체나 기업들은 해당 지역에 대략 1억6천만 톤 이상의 구리와 수백만 톤이 넘는 코발트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단일 매장 지역으로 따지면 세계 최대 수준이다.
로이터는 호크스테인 보조관의 이번 발언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금속 확보를 진행함과 동시에 글로벌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무역통계업체 OEC 월드에 따르면 잠비아는 2022년 기준 수입의 51.6%, 수출의 67.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프리카 지역 전문지 '아프리카방위포럼(ADF)'를 보면 조셉 칼리바 전 대통령이 2009년에 자국 광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넘기기로 협의하면서 국내 19개 광산회사 가운데 15개가 중국 기업 통제를 받게 됐다.
2009년 당시 모세 카툼비 콩고민주공화국 카탕가주 주지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생산한 코발트의 90% 이상을 중국이 헐값에 가져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카탕가주는 콩고 코발트가 대부분 매장돼 있는 지역이다.
호크스테인 보좌관은 “그동안 서방국들은 칠레, 페루, 에콰도르, 멕시코, 콩고, 잠비아, 앙골라 등 국가들을 바라보면서 이들 국가들에 내재된 다양한 정치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며 투자를 지양해왔다”며 “미국은 G7과 호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해 이런 국가들에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미국의 국제개발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한 국제공조와 개발 펀드 수립 등이 꼽혔다.
해당 금속들은 에너지저장장치, 전력망, 발전기, 태양광 패널 등 에너지 전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향후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 때문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내놓은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구리와 코발트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광물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호크스테인 보좌관의 공급망 재편 계획은 기후변화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페루에 위치한 퀘야베코 구리 광산. <연합뉴스> |
지난달 30일 금융분석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내놓은 분석보고서를 보면 구리와 코발트 등 금속 생산지들은 향후 30년 내 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뭄으로 채굴 과정에서 세척, 파쇄, 전력 공급 등에 막대한 수자원을 사용하는 광업은 수자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량을 보장하기 어렵다.
2035년부터는 주요 광물 생산 국가 가운데 콩고, 칠레, 페루, 호주 등이 상당한(significant) 수준의 가뭄을 겪을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서 상당한 수준이란 20년 기록 기준 연평균 73일 이상 가뭄을 겪는 상황을 말한다.
2050년부터는 코발트와 리튬 생산 지역 가운데 70% 이상, 구리 생산 지역 가운데 50% 이상이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현상을 겪을 것으로 평가됐다. 일부 지역 상황은 악화돼 1년에 300일 가까이 가뭄을 겪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PwC 분석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주요 자원을 향한 위협에 대비하려면 다가올 기후변화를 견딜 수 있는 공급망 적응책이 필요하다”며 “사업체들은 상호협력을 통해 긍정적 변화와 시장 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