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1분기 매출도 사상 첫 4조 원을 돌파했다. 홍 대표가 올해 초 세운 수주목표도 초과 달성하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증권업계와 현대건설 실적 발표자료 등을 종합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963억 원, 영업이익 1078억 원, 순이익 1017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4.2%, 영업이익은 122.5%, 순이익은 140.2% 늘어난 수치다. 분기 매출은 사상 첫 4조 원을 돌파했고 분기 영업이익은 2021년 3분기 1038억 원 이후 다시 1천억 원대 수준을 회복하며 홍 대표 취임 후 최고치를 찍었다.
홍 대표가 대표이사에 오른 2022년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매출이 해외 매출보다 많았다. 2023년에는 해외매출이 6조8838억 원으로 국내 매출(6조1795억 원)을 추월했다.
2024년 1분기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에서 2조4182억 원, 국내에서 1조6781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홍 대표가 플랜트 전문가로서 강점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1분기 수주실적도 해외수주가 더욱 많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신규수주 5조6756억 원을 확보했는데 해외에서 3조2118억 원, 국내에서 2조4638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2단계 프로젝트(1조5천억 원)가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외에도 KT&G 인도네시아 신축공사(2천억 원), 현대차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 공장(2천억 원), 현대차 미국 조지아 전기차공장 4500억 원 증액 등이 신규수주로 잡혔다.
국내에서는 충남 당진제철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5200억 원), 서울 금천동 공동주택 신축사업(3500억 원) 등을 따냈다.
홍 대표는 현대차그룹 관련 수주를 더욱 늘리고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로 국내 6조1천억 원, 해외 5조5천억 원 등 11조5천억 원을 제시했다. 1분기에만 국내 목표의 40.3%, 해외 목표의 58.4%를 채우면서 전체 달성률 49.3%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9일 진행한 실적 발표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나 이외 다른 지역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프로젝트들이 진행돼 그룹사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인도 전동화 전환에 4조 원 투자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2025~2026년부터는 인도에서 전기차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공장(HMGMA)를 짓고 있다.
이밖에 해외에서 홍 대표는 기본설계(FEED)를 EPC(설계·조달·시공)으로 연계하는 전략으로 플랜트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기본설계는 플랜트사업의 기초 설계와 견적을 설정하는 작업으로 플랜트 프로젝트 전체에 관한 이해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분야로 꼽힌다. 또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고객사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PT PERTAMINA)의 자회사 PTKPI에서 발주하는 TPPI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35억 달러 규모로 올해 상반기에 수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간사로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인도네시아 현지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뤘다.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도 프랑스 테크닙(Technip) 컨소시엄 구성원으로서 이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페르타미나는 두 컨소시엄이 수행한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EPC 본사업을 맡기려 한다.
이밖에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블루암모니아 프로젝트와 파인블러프 GTL 프로젝트, 호주 전략광물 정제플랜트 등의 기본설계를 수행하며 본 EPC 수주를 노리고 있다.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오른쪽)가 지난 3월28일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에서 전임 대통령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상원의장을 예방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외교부>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탈황설비 수주를 협의하고 있다. 앞서 3월 홍 대표는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에서 전임 대통령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상원의장을 예방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22년 11월 ‘한-투르크메니스탄 기업 간담회’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산업기업인연맹과 14억 달러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암모니아 요소비료공장’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09년 ‘갈키니쉬 가스탈황설비 프로젝트’부터 2014년 ‘키얀리 원유처리 플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수행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프로젝트를 매출화하고 수주잔고도 더욱 쌓아 올해 매출 16조7610억 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매출(13조633억 원)과 비교해 28%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홍 대표가 국내 주택사업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만31세대를 분양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분기까지 3700세대 분양을 끝냈다. 하지만 누적된 미분양 물량이 5천 세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서울 구로 고척4구역 재개발(442세대), 경기 광주 곤지암 역세권(638세대), 경기 오산 양산동 공동주택(997세대)를 제외한 미분양은 비수도권 물량으로 완판까지 홍 대표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선별수주와 프로젝트 수행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기존 사업을 단단히 하고 해상풍력, 태양광, P2E(폐플라스틱 가스화), 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에너지분야 등 신사업도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