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소야대 2막`이 펼쳐지게 됐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앞세워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소비와 기업투자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1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가 22대 국회 출범에 즈음해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쟁점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22대 국회 출범으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앞으로도 한동안 제대로 방향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권 내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온 에너지 정책은 주요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21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여권의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야권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사도 인사지만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처음 공개적으로 생각을 밝힌 16일 국무회의에서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로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 기조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총선 패배와 관계없이 기존 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때문에 국정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게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야권과 가장 크게 부딪힐 분야 가운데 하나로는 에너지 정책이 꼽힌다.
에너지 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 직후부터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을 이어온 분야다.
‘RE100’으로 대변되는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야권에서는 흐름에 맞춘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윤 대통령과 여권은 원전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RE100을 향한 여야의 인식 차이는 총선 과정에서도 각 당의 대표자의 발언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유세 중 여러 차례 “RE100은 세계적 추세”라며 “우리도 발맞추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떤가”라며 “완전히 재생에너지 100%로만 가면 과연 우리 사회가 장기적, 중기적 운영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는 발언을 내놨다.
다만 의회의 입법 주도권이 야권으로 크게 넘어간 만큼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도 실제로 추진하려면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등 통과가 반드시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서의 당별 의석수는 국민의힘 108석, 더불어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도 과반을 크게 웃도는 의석을 확보한 데다 범야권의 의석수는 190석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윤 대통령을 향해 입법을 통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통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다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야권의 압박은 이후 원전 등 에너지 관련 법안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총선 이후 정부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를 향한 여권의 지지가 떨어지는 만큼 국정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놓고 긍정평가는 23%, 부정평가는 68%로 조사됐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한 긍정평가 하락폭이 커지며 취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2023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성·연령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