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발족된 상호금융 ‘비상경영대책위원회’는 아래 △농축협 연체관리 △특별회계 수익성 제고 △상호금융 독립화 추진 △농축협 신용사업 규제완화 등 4개의 태스크포스(TF)를 뒀다.
농협 상호금융은 지역농축협의 예금보험료와 여유자금 등을 받아 운용한다. 이를 통해 수익을 내고 지역농축협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경영을 돕는 중앙회 조직이다. 지역 농축협의 ‘중앙은행’ 격으로 대표이사도 따로 두고 있다.
상호금융이 ‘비상경영’ 이름표를 단 위원회와 TF까지 출범시킨 것은 농협중앙회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비상경영 자체를 여러 번 선포했지만 회의 정도에 그쳤던 만큼 이번에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번 TF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후보 시절부터 내건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 작업의 시작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상호금융 부문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역농축협은 선방한 실적을 거뒀지만 중앙회 상호금융은 손실을 내기도 했다.
지역농축협 1111곳은 지난해 순이익 2조357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11.3% 줄었지만 고금리 직격탄에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신협(-95.6%)과 산림조합(-57.5%),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수협 등 다른 상호금융조합과 비교하면 호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지역농축협을 지탱하는 신용사업(예적금 등 금융사업)은 지난해 상호금융조합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늘며 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만 농협 상호금융은 지난해 이 같은 지역농축협 돈을 받아 굴리는 특별회계에서 557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회의 특별회계 운용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다”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손실 사태 해결을 위해 비상총회나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라”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가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하는 셈인데 강 회장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 1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여영현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 주재로 '제1회 비상경영대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농협중앙회>
강 회장 역시 조합장 시절 특별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앙회장 선거에 나설 때마다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별회계를 담당하는 상호금융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켜 전문성을 키우고 지역농축협을 지탱하는 수익센터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강 회장의 청사진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농협법 개정이 필요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상호금융 부문이 독립한다면 NH농협은행과 업무범위가 겹치는 만큼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강 회장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구성한 TF로 얼마나 안팎을 설득할 만한 방안을 내놓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농협 상호금융은 현재 독립법인화와 관련해 실무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특별회계에서 손실이 난 것은 맞지만 운용에 따른 손실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농협 상호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특별회계를 운용하면서 손실이 난 것은 아니다”며 “운용수익은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지역농축협에 지급하는 이자비용이 늘어나 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