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4-18 14: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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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 경제 대응을 위해 빚을 연체한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입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신용사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과 소상공인들의 금융거래에 숨통을 트이겠다는 취지다. 신용사면은 정부에서도 추진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치권의 신용사면을 두고 어려운 내수경기를 회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대출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공존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 관심이 모인다.
18일 정치권에서는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신용사면 입법화를 거론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신용사면 같은 것은 정부가 당장 대대적으로 해야 하는데 안 하니 입법으로 조치해도 될 것"이라며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 집행이나 사법 절차 등을 통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법률을 뜻한다. 일정한 범위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처분이나 조치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을 내용에 담는다.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처분적 법률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신용사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용사면은 연체기록을 삭제함으로써 정상적 금융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조치를 말한다. 정부는 '신용회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대출금이나 카드대금 등을 제때 갚지 못하면 ‘연체이력’이 남아 금융회사들에 공유된다. 연체액과 기간에 따라 기록이 남는 기간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100만 원을 초과한 금액을 90일 이상 연체하면 이른바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신용평가사(CB) 등에 연체정보가 보관된다.
연체된 돈을 모두 갚더라도 '연체이력'이 바로 삭제되지 않고 최장 5년까지 유지된다. 연체이력은 신용점수를 하락시켜 대출이나 카드발급에 지장을 빚게 하고 금리 조건도 악화시킨다.
신용사면이 되면 연체이력이 사라져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또 개인의 신용점수가 상승해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거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3월 2021년 9월1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2천만 원 이하 빚을 갚지 못한 연체자 가운데 전액을 상환한 개인 264만 명과 개인사업자 17만5천여 명의 대출 원리금 연체 기록을 삭제해 신용점수를 회복시키는 조치를 시작했다.
정부의 이번 신용사면은 역대 네 번째로 실시된 것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약 40만 명의 신용불량 정보를 삭제해준 것을 시작으로 2013년 박근혜 정부,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서민들의 연체이력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신용사면 입법화를 거론한 배경에는 정부의 신용사면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진단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한 뒤 ‘민생 입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고물가 장기화로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 부담과 취약 계층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낡은 낙수효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경제 정책에 적극성을 갖고 임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신용사면의 효과로는 '내수회복'이 꼽힌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의 개인과 사업자들이 신용회복을 통해 소비를 늘림으로써 현재 침체상황인 내수경기에 돈이 순환되게끔 한다는 것이다.
▲ 신용회복 광고 판넬.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내수의 경우는 91.9로 집계됐다. 경기전망조사의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넘으면 '긍정적', 100보다 아래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사항을 묻자 52.1%가 ‘내수부진’이라 응답했다.
다만 신용사면이 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신용사면을 쉽게 하면 어려움을 무릅쓰고 제때 대출금을 갚은 사람이나 카드 사용을 분수에 맞게 절제해 한도와 결제 기일을 잘 지켜온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SBS Biz 뉴스에 신용사면 정책을 놓고 “정부가 자꾸 사면해주는 일이 반복되면 누가 성실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려고 하겠나”라며 “(신용사면은) 성실하게 상환해 온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뿐 아니라 신용평가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