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장 후보가 10여 년 전 페이스북에 올린 서울·부산시민 폄훼 발언 등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선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장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지난달 17일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전략공천했다.
정연욱 후보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부산진을에 공천을 신청해 경선을 치렀지만 현역 의원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에게 패배한 바 있다.
그러자 장 후보는 지난 3월18일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 국민의힘으로 돌아가 웰빙정당을 전투형 정당으로 바꾸겠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장 후보는 자신이 ‘수영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전략공천을 받은 정 후보와 자신을 차별화했고 무소속으로도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 장예찬 후보가 1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예찬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보수표가 양분된 것을 확인하고 장 후보는 1일 ‘수영구 보수 단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 후보는 “아무리 불리한 조건이라도 전부 수용하겠다. 여론조사 100%도 좋고 당원 조사 100%도 좋다”며 정 후보를 압박했다.
그러자 정연욱 후보는 장 후보에게 “수영구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무자격판정자의 보수팔이, 감성팔이를 넘어 수영구민까지 파는 행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장 후보는 이에 재차 “보수 단일화 경선으로 경쟁력을 증명하고 낙하산이 아닌 정당한 후보가 되는 길을 선택하라”고 정 후보를 압박했다.
정 후보는 이에 “‘난교’ 막말, ‘부산 비하’로 공천 취소된 당사자, 당과 약속을 무시하고 뛰쳐나간 장본인이 오늘이라도 수영구민께 사죄하고 사퇴하면 단일화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동철 후보는 단일화를 요구하는 장 후보에게 “막말 공천‧재활용 공천으로 모자랐나. 작금의 단일화 경선 제안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추태에 불과하다”고 비판 메시지를 내놓았다. 유 후보의 입장에선 장 후보가 완주를 해야만 당선 가능성이 있어 내놓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다시피 두 보수 후보의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합산하면 유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
더구나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수영구에서 7만1160표(60.3%)를 얻어 4만1801표(35.42%)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4.88%포인트 차이로 크게 눌렀다.
바로 뒤이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수영구청장 선거에서는 강성태 국민의힘 후보가 5만1528표(68.78%)를 득표해 1만9441표(25.95%)를 얻은 박병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승리를 거뒀다. 그 정도로 수영구는 부산에서도 보수의 대표적인 텃밭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 내부의 분열이 유 후보를 ‘어부지리’로 국회로 입성시켜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일 후보자 TV토론회가 끝난 뒤 장 후보는 다시 한 번 정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정 후보가 장 후보와의 만남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장 후보는 4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반윤 후보, 반정부 후보가 여당 후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정 후보가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낸 것 모아 정 후보에 대한 맹공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정연욱 후보의 입장에서 장예찬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승산없는 싸움’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장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역임하면서 각종 방송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 ‘팬과 안티팬’이 둘 다 많은 유명인이지만 정 후보는 정치신인에 불과하다. 정 후보가 장 후보와 경선을 치러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가 2일 망미역 교차로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정연욱 페이스북 갈무리>
다만 정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은 점이 장 후보보다 우위에 서있다. 더구나 장 후보는 자신의 국회 입성을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했기 때문에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방침과도 전면으로 배치된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3일 cpbc ‘김혜영의 뉴스 공감’에 출연해 장 후보가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에게 ‘보수후보 단일화’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공당이 공천을 확정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새로운 공천자를 냈는데 공천 취소된 사람의 단일화 요구에 응한다는 것 자체가 공당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인하는 일이다”며 "정 후보는 물론이고 당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대가 있다면 장예찬 후보가 한때 우리 당 최고위원이었다, 당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면 헌신의 자세로 후보를 사퇴해 어쩌면 민주당에 내줄 수도 있는 의석을 우리 정당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승적 헌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산 남구에 출마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3일 YTN 인터뷰에서 “장 후보가 여론조사 3위를 했다”며 “3등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장 후보는 정 후보를 상대로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장 후보가 무소속으로 완주하며 보수표가 분산돼 유동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게 되면 보수 진영 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던 가운데 강용석 후보가 완주를 하면서 5만4758표를 가져가 김동연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다.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간 득표차는 8913표로 불과 0.15%포인트 차이였다. 이에 보수 지지층 사이에선 강용석 후보를 향한 비판이 많았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총선 판세에서 불리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텃밭 선거구 의석을 민주당에 헌납하게 된다면 정치적 앞날을 기약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장 후보가 선거 막판 어떤 선택을 할 지를 놓고 시선이 쏠린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