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갑 총선 가상대결 여론조사 종합.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4월 총선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승연 국민의힘 후보가 인천 연수갑에서 3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두 후보는 연수갑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과거 '설화'로 곤욕을 치른 공통점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두 정당에서 '실언' 논란이 불거지면 연수갑 판세는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후보와 정승연 후보가 지금껏 정책적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해 나란히 힘써온 만큼 선거기간 두 진영의 언행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3월15일을 기점으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이 나타나는 점도 '설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에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정보사 회칼 테러' 발언이 있었다. 황 수석은 MBC를 겨냥해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칼 두 방을 맞았다고 말해 언론탄압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쳐져 범야권에서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국민의힘 소속 공병건 전 연수갑 예비후보(오른쪽)가 21일 정승연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지지선언을 하면서손을 잡고 있다. <정승연 후보 블로그 갈무리> |
이 발언은 1988년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오홍근 기자를 군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이 칼로 습격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정승연 후보로서는 황 수석의 발언 논란이 지난 21대 총선처럼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초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승연 후보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이른바 '인천 촌구석'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유승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2020년 3월31일 선거지원을 위해 인천 연수구 선거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정 후보는 "제가 평소에 정말 존경하는 유승민 대표님께서 이렇게 인천 촌구석까지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역 비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정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더구나 21대 총선에서는 정 후보뿐만 아니라 미래통합당에서 차명진 당시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비하발언'도 있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잇따른 '설화'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총선패배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 있었다. 정 후보로선 '황상무 전 수석의 실언'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찬대 민주당 후보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전력을 갖고 있다.
박찬대 후보 역시 2022년 수도권 대홍수 중 부적절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해 논란을 빚은 일이 있었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공식선거 일정 시작과 함께 연수갑 지역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박찬대 후보 블로그 갈무리> |
박 후보는 2022년 8월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신나, 매일매일 재밌다'는 글을 올렸다.
이 당시 인천에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대응수위를 최고 3단계로 격상할 만큼 물난리가 심했던 때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장덕천 전 부천시장이 이 발언을 두고 국민 고통에 이래도 되느냐고 한탄하는 말을 할 정도로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셌다.
연수갑 지역구는 박찬대 후보가 현역의원으로 있는 곳이지만 과거 선거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선거구가 나뉘기 전에는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도 많아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더구나 지난 2월 리얼미터의 연수갑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인 박 후보의 지지율이 비록 오차범위 안에서지만 정 후보의 지지율보다 낮게 나온 것도 연수갑의 스윙보트(표심이 유동적 선거구)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 후보는 '실언 논란'이 있었던 21대 총선과 달리 20대 총선에서는 단 0.29%포인트(214표)의 득표율 차이로 박 후보의 승부가 갈렸다는 점도 지역 민심이 언제든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진영 모두 겸손하지 못한 태도가 자칫 선거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입단속에 힘을 싣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9일 경기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선거가 시작되니 흑색선전과 막말이 기승을 부르고 있다"며 "본격적 표심이 드러나는 시점인 만큼 우리 당 후보들은 새롭게 마음을 다듬고 겸손하고 품위있는 선거운동을 통해 국민의 드높은 심판의지를 받아오는데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총선 지도부는 황상무 실언 논란 등으로 논란을 빚은 대통령실이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 관해서 많은 후보들이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며 “언론에서 여러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통령실에서도 이런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