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용인갑 선거구는 직전 총선까지 보수정당의 승리가 많은 곳이지만 최근 민심 동향은 민주당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용인갑은 2012년 19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내리 보수정당이 깃발을 꼽은 선거구다. 직전 21대 총선에서는 용인시장을 지냈던 정찬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53.1% 득표율을 보이며 오세영 민주당 후보(45.9%)를 누르고 당선됐다.
정찬민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다 용인시장 시절 부동산 개발업자에 인허가 편의를 준 대가로 제삼자를 통해 수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며 정 전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원모 후보를 용인갑에 전략공천하고 지역구 수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원모 후보는 검찰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같이 일한 인연을 지닌다. 윤석열정부 출범 뒤 대통령실 첫 인사비서관으로 발탁된 만큼 윤 대통령이 깊이 신뢰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텃밭인 서울 강남을 출마를 준비하다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용인갑으로 출마 지역을 바꿨다.
민주당에서는 경찰 출신 이상식 후보가 용인갑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상식 후보는 부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복을 벗고 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1대 총선 때는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원모 후보나 이상식 후보는 각각 검찰과 경찰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해외 유학 경험도 있다. 이원모 후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을 나왔고 이상식 후보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대학원에서 형사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용인갑은 검찰과 경찰의 역할분담과 권한조정 등을 둘러싼 여·야의 의견 대립과 맞물려 검·경 출신 후보 사이 대결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인 데다 윤석열정부 들어 정부와 여당에서 검찰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사례도 많아진 반면 민주당은 이른바 ‘검찰개혁’을 중요한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독점했던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을 조정해 경찰이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얻게 한 검경수사권 조정도 민주당에서 추진해 법제화됐다.
다만 지역 선거에서는 정치적 거대 담론 이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과 공약이 유권자 표심을 움직일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각 후보들은 용인 지역발전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자신이 적임자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이원모 후보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용인에 들어서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조속한 가동을 위해 각종 인·허가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데 유리한 여당 후보란 점은 지역민들에게 가점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상식 후보도 11일 지역 공천을 확정지은 직후 입장문을 내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에는 기술자보다는 정책개발과 경영능력, 국제적 안목이 더 중요하다”며 자신이 반도체 산업 육성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후보는 각각 소속 정당의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출마 후보들과 ‘팀’을 구성해 공약 경쟁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이원모 후보를 포함한 국민의힘 경기남부권 예비후보 22명은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반도체산업 발전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 제정하기로 했다.
이상식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경기남부권 예비후보 8명도 ‘넥스트레벨팀’을 구성해 RE100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등의 총선 공통공약을 내놨다.
현재 여론 판세는 이상식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리서치앤리서치와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드마이크의 의뢰를 받아 12~13일 이틀 동안 용인갑에 사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상식 후보가 49%의 지지도를 보이며 이원모 후보(33%)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통신3사에서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일대일 전화면접조사(CATI) 50%, 무선 ARS 전화조사 50%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은 8.9%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1대 총선까지 보수정당이 지역구를 차지했던 용인갑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는 이 지역의 인구 구성에서 젊은 층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화에 따라 아파트가 늘며 젊은층이 유입됐고 이에 따라 이 지역의 보수색도 옅어졌다.
더구나 보수정당 소속으로 총선에서 당선됐던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비리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지역 민심도 나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정찬민 전 의원뿐 아니라 20대 총선 당선자인 이우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뇌물 수수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이 이준석 대표(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이원욱 의원(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과 12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향자 의원실>
용인갑이 제3지대 후보인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의 출마로 3자구도가 형성된 것도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양 의원은 자신이 반도체 전문가라는 점을 앞세워 용인갑을 ‘반도체 수도’로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를 거친 기업인 출신으로 정치권 내 대표적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양 의원은 20일 언론 배포자료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처인(용인갑 지역)을 글로벌 반도체 수도로 바로 세우겠다”며 “삼성전자 30년, 국회 유일의 반도체 전문가 경력을 살려 능숙하게 처인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