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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쿠팡 노무관리 개선 필요성 커, '블랙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4-03-14 16: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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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쿠팡 노무관리 개선 필요성 커, '블랙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
▲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쿠팡 노무관리 문제점 및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직접고용을 하지 않으면서 쿠팡의 노동수행 기준을 맞추도록 강요하면 곳곳에서 더 많은 문제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 노동권연구소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쿠팡 블랙리스트 노무관리 문제점과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쿠팡 노동문제에 관한 정치권의 논의 확대와 정부의 감독 강화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쿠팡 물류센터를 총괄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취업제한을 목적으로 일용‧계약직 노동자를 포함한 1만6450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전문가와 노동자들의 의견을 모아 쿠팡의 노동 문제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자들은 쿠팡이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활용해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전문가들는 쿠팡으로서도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중요한 만큼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쿠팡인권실태보고서를 저술한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은 토론회 발제를 통해 쿠팡이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활용하는 기술적 방안인 'UPH(Unit per hour)'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UPH는 노동자들이 물건을 집품, 포장, 분류할 때 개별적으로 입력하면 관리자가 물건이 발송되기까지 전 공정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장] "쿠팡 노무관리 개선 필요성 커, '블랙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
▲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이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장 소장은 “쿠팡이 처리할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UPH에서 관리하는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일용직이나 계약직 노동자의 재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별 UPH 기록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을 경쟁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택배기사들의 구역을 회수하는 이른바 클렌징제도의 문제점도 심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쿠팡의 클렌징 제도는 근무일 수, 명절 출근, 프레시백(포장박스) 회수 등 수행률을 따져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택배기사들의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조치다.

장 소장은 “쿠팡이 설정한 노동수행 기준에 못 미치거나 노조활동으로 밉보인 사람 등에 배송구역 회수를 해버려 사실상 해고가 가능하다”며 “택배기사들은 배송을 할 구역이 없어지면 일을 할 수 없고 수입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쿠팡의 클렌징제도는 2021년 택배기업 노사간 합의와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위반한 제도인데 쿠팡은 공공연하게 법과 합의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준비위원장은 클렌징제도로 쿠팡의 택배기사들은 부당한 요구도 쉽사리 거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강 위원장은 “국토부의 표준계약서에는 당사자와 합의 없이 (택배기사의) 구역을 변경할 없도록 규정했다”며 “그런데 쿠팡은 택배노동자들이 대리점과 체결하는 계약서에는 구역에 관한 부분을 ‘조율’ 또는 ‘00광역시 전체’ 방식으로 표시돼 각종 이유로 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쿠팡 노무관리 개선 필요성 커, '블랙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
▲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준비위원장.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의 이러한 노무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에 근거한 국토부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강민욱 위원장은 “쿠팡의 쿠팡-대리점 계약서, 대리점-택배기사 계약서는 표준계약서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쿠팡의 계약서를 표준계약서에 기초해 만들어지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이 플랫폼 기업으로서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언론, 노조 등이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문제점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유지되려면 자본은 물론 소비자와 동맹도 구축해야 하는데 쿠팡의 노동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소비자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귀연 소장은 “쿠팡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기업이미지 홍보와 여론관리에 특별히 공들인 점은 소비자와의 동맹이 쿠팡의 성장에 결정적 몫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금 소비자들의 쿠팡에 대한 인식은 노동에 관해 나쁜 기업이지만 워낙 편리하니까 이용한다는 식”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이번 노동자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소비자와의 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플래쉬 포인트’(발화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쿠팡이 현재와 같은 노무관리 방식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장 소장은 지적했다.

장 소장은 “노동문제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쿠팡은 ‘블랙기업’(불법·편법적 수단을 활용해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악덕기업)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에 남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은 쿠팡의 노동자 블랙리스트 의혹을 계기로 노동에 관한 정책과 법안 마련에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양 의원은 “쿠팡의 노동 관리에서 거의 50년 전 유물 같았던 문제를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녹색정의당이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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