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총선 구로을 지역구에서 '대북정책'을 두고 대척점에 서있는 두 초선의원의 격돌이 성사됐다.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탈북 뒤 한국에 귀순해 대북강경책을 주장하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맞붙는다.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모습.
다만 이번 총선 구로을 선거전은 이념적 문제보다는 재건축·재개발이나 철도 지하화 같은 지역 현안이 주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총선 구로을에서 맞붙는 윤 의원과 태 의원의 대결은 대북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상징성으로 관심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 초선의원은 2020년 7월 있었던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대립했던 전력이 있다.
태영호 의원은 당시 이인영 장관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신봉하는가, 국민들 앞에 '나는 이제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인영 전 장관은 "그 당시(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시절)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태영호 의원이 이인영 전 장관에게 '사상 전향'을 질의한 것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사상전향을 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전형적인 색깔론이고 악의적 프레임으로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처사다"고 비판했다.
그 뒤 올해 22대 총선에서 태 의원은 현역으로 있던 강남갑에서 윤 의원이 현역인 구로을로 지역구를 옮기며 도전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이를 놓고 운동권 청산을 부각하려는 국민의힘 총선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1월29일 국회에서 올해 총선 구로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 의원은 1962년 7월25일 평양에서 태어나 북경외국어대학교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북경외국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주덴마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주 스웨덴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을 거쳐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을 역임하는 등 북한의 유럽전문 외교관으로 23년 동안 근무한 북한 최고위 엘리트로 꼽힌다.
2016년 북한 공사로 근무하다가 북한체제의 모순에 염증을 느끼고 탈북한 뒤 2020년 21대 총선 강남갑 지역구에서 당선돼 '최초 탈북민 출신 강남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받게 됐다.
태 의원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토대로 북한의 인권탄압 실태 조사와 연구, 정책대안 개발과 대정부 건의, 관련 시민단체 지원을 맡을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또한 미국 의회에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에 참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태 의원은 이런 이력에 힘 받아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최고위원에 당선된 뒤 '제주4·3사건(1948년 경찰과 서북청년단에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과 관련해 '김일성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 끝에 2개월 만에 사퇴하게 된다.
태 의원은 최근 유튜브 '중립기어'에 출연해 "윤건영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제삼는다면 오히려 호재"라며 "북한에 끌려 다녔던 친북정책을 비판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구로을 선거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경쟁이 주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 의원은 여당 소속 후보로서 철도 지하화 등 구로 지역의 숙원사업 현실화에 앞장 서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로을 지역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강하게 형성돼 있어 집권여당의 이점을 살리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9월6일 국회 소통관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 발언과 관련해 법적 조치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로을 지역구 수성에 나선 윤건영 의원은 1969년 11월5일 부산에서 태어나 배정고등학교와 국민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총학생회장을 지내면서 반미운동을 벌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다. 그 뒤 국민대 무역학과 대학원에서 국제경제 전공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윤 의원은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최연소 기초의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윤 의원은 2002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창당한 개혁국민정당에 입당해 기획팀장으로 근무한 인연을 발판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맡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까지 남아 있던 비서관 가운데 1명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첫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돼 972일 동안 재임하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대북특사로서 평양을 방문해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2018년 3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인사들과 접촉할 때 곳곳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인 구로을을 수성하기 위해 그동안 닦아둔 지역적 기반에 더해 민주당 지지세력을 결집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 총선에서 약속했던 '구로역 신역사 건립'을 이뤄낸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 현안을 챙기는데 나서겠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알릴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재당선된다면 '철도 지하화' 공약 뿐만 아니라 주민과 함께하는 재개발을 통해 모아타운, 신속통합기획, 공공개발 등의 지역과제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윤 의원은 지난 2월1일 이재명 당대표와 3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한 지역 행사에서 "구로을 지역에 철도 1호선과 2호선, 경부선 구간이 모두 지하화되면 지상에 공원 및 복합시설이 들어서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다"며 "하루 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민주당과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구로을 지역구는 2004년 17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곳으로 지역적 정치색깔이 뚜렷한 지역으로 꼽혀 윤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최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구로을에서 높은 득표를 얻었고 구로구청장 역시 국민의힘 소속 문헌일 구청장이 당선돼 표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더구나 '철도 지하화'와 같은 지역 숙원사업을 속도감있게 펼치기 위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 4·10총선에서 구로을 판세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