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4-02-15 11: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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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3지대 빅텐트를 완성한 개혁신당이 4·10 총선 목표 달성을 향해 지속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무리한 통합’이라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여전한 가운데 보조금과 기호3번 확보를 위해 현역의원 영입에 몰두하는 것을 두고 창당 당시의 ‘초심’과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을 영입해 현역 의원 5명을 채워 정당 경상보조금 6억 원 수준을 확보하게 됐다.
양 의원 영입으로 보조금 총액의 5%를 맞추는 최저 조건인 5석을 맞춘 덕분이다. 이와 함께 20억 원 규모의 선거보조금 또한 받게 돼 정당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늘릴 수 있다.
양 의원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 처리되며 21대 회기 대부분 무소속으로 활동했다.
양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두고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개혁신당은 양 의원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가결파’로 지목된 설훈 의원과 '불륜설'이 불거져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뒤 올해 총선에 불출마하는 황보승희 의원을 영업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인 개혁신당 대변인은 1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저희가 개혁신당 통합 이후에 더 많이 관심 가져주시는 현역 의원 분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머지않아서 6석 이상의 의석수는 확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변인도 15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황보승희 (전 국민의힘) 의원뿐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혁신당은 녹색정의당이 보유한 현역의원 6석을 제치고 ‘기호3번’을 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에 소속된 4명의 의원(김종민·조웅천·이원욱·양향자)은 모두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들이다. 여기에 새로 영입한 양정숙 의원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현역들이 가세하면 녹색정의당이 보유한 6석을 넘을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기호3번인 녹색정의당은 비례 위성정당의 참여 여부를 놓고 내부 찬반 갈등이 불거지면서 14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배 대표는 비례연합정당(위성정당) 합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면 개혁신당의 기호3번 확보는 유력해진다.
다만 영입인사 폭을 넓혀가면서 이준석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할 때와 달리 정치적 정체성이 희미해지며 이른바 ‘잡탕정당’이 되고 있다는 요지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영입을 한다 하더라도 뭔가 신선한 인사여야 하는데 기득권이라 부르는 당에서 나온 사람들”이라며 신선한 인물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CPBC라디오 김해영의 뉴스공감에서 “제3지대를 시작할 때의 순수함보다는 이제 목표에 따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대표는 빅텐트를 구성하기 전 조응천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비빔밥론’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각자 개성이 충분해서 이 비빔밥에 포함될 만한 가치가 있고 그리고 그 비빔밥을 갈아버리려고 하지 않는 시도가 중요하다"며 "저는 생각이 다른 것이야말로 오히려 다양성을 보완해 주는 좋은 재료"라고 말했다.
하지만 빅텐트 형성과 그 뒤 보인 행보는 ‘재료’의 중요성을 높게 사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특히 현역의원에 대해서는 ‘정당보조금’과 ‘기호3번’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충분한 숙의과정 없이 영입하려는 움직임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월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최근 행보에 개혁신당 일부 당원들은 지지철회를 선언하며 탈당 행렬에 나섰다. 이들은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대표와 류호정 전 의원 등과 손을 잡은 것을 놓고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기존 페미니즘을 향한 입장을 번복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유를 불문하고 통합 과정에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당 대표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통합 이후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구현하는 정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수정당에 몸 담으며 김영삼 대통령의 보수적 자유주의를 자주 언급했다”며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소위 이재오, 김문수 등의 생각까지도 받아들여서 영입했던 그 자신감 넘치는 자유주의가 개혁신당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개혁신당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당원은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즘도 자유주의가 극단으로 갔을 때의 모습이다. 지금 페미니즘도 극단적 자유주의의 좋은 예”라면서 “근데 이런 것도 형(이준석 대표)이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했을 때 대화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의견’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개혁신당 다른 당원은 "이낙연과 통합 후 거론되는 인사가 무슨 설훈이니 황보승희니…이래가지고 우리 당으로 떨어질 보수성향의 이삭이 있겠나 싶다"고 비판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