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이 포드와 설립한 배터리 합작회사 블루오벌 SK의 미국 테네시주 스탠튼 공장. 1월31일자 건설 현황이다. < BlueOval SK > |
[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미국에서 채굴권을 보유한 흑연 생산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준에 맞춰 중국에 의존을 낮추는 한편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7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 지역매체 나인뉴스에 따르면 SK온은 흑연 채굴업체 웨스트워터와 매년 최소 1만 톤의 흑연을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주요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6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핵심 광물과 관련해서 밸류체인 현지화를 추진해 왔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웨스트워터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170제곱킬로미터(㎢) 면적의 흑연 매장지 채굴권을 인수했다. SK온에 공급하기로 한 흑연도 앨라배마주 켈린턴에 있는 제련 공장에서 가공한다.
나인뉴스는 “이번 계약으로 웨스트워터가 중국의 점유율이 높은 배터리용 흑연의 핵심 공급업체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5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을 포함한 해외우려국가(FEOC)산 소재를 사용하는 차량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그러나 흑연을 비롯한 주요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현실성 낮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의 2023년 12월9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천연 흑연의 60%, 합성 흑연의 69%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흑연을 정제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형태로 만드는 제련 공정에서는 중국이 9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온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흑연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미국 정부에 중국 의존을 낮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 2023년 3월24일 중국 헤이룽장성 지시(Jixi) 시에 위치한 흑연 생산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가 확인한 문서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미국 에너지부와 재무부에 중국산 흑연 관련규제의 유예 필요성을 주장하는 공개 서한을 전달했다.
SK온이 2027년에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흑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지침을 시행하는 시기를 2025년 이후로 미뤄달라는 내용의 서한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러한 지침을 강행한다면 SK온이 보조금과 인센티브 등 지원을 받기 어려워져 수익성이나 고객사 확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확보한 미국 정부 보조금 수익은 3769억 원에 이른다. 이는 자회사 SK온의 실적도 반영한다.
SK온은 현재 미국에 3곳의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며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보조금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외에 공급망 다변화를 촉진하는 다른 요소도 있다.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다.
중국 정부가 2023년 12월부터 흑연 수출통제를 시작하면서 SK온을 비롯한 배터리 업체에 흑연 공급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이 흑연 수출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배터리업체들은 기존에 일주일 정도 걸리던 통관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 보니 흑연 조달에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온이 현재 전략대로 흑연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한다면 배터리 경쟁사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SK온은 흑연을 포함 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중요한 배터리 소재의 공급망에서 지배적 점유율을 보이는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