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고 끝에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해 당내 결속을 다지고 진보 야권을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강조해 승리를 노리면서 다음 대선을 대비해 정치적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병립형으로 가지 않고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을 만들지만 민주당만을 생각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가진 현장 최고위원회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도 통합형 비례정당과 관련해 위성정당이 아닌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절반쯤은 위성정당이고 절반쯤은 소수정당과의 연합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연동형 제도가 추가하는 소수 정당, 소수 정치세력의 후보들도 상당 수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거대 양당에 유리한 병립형 비례대표로 회귀하는 대신에 소수정당에 유리한 준연동형을 결정함으로써 이 대표는 올해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 수에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당 내부의 단일대오 형성을 시도하고자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민주당 소속 의원 80명은 지난 1월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치 퇴보를 막고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번 결정을 놓고 환영하는 당내 목소리가 많아 총선 전 당내 단결에 힘을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도 구럭도 다 살리는
이재명 대표의 역사적 결단을 크게 환영한다”고 바라봤다.
애초 병립형 비례제도를 주장했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준연동형 비례제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병립제 회귀 반대 공동성명을 주도했던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과 당원 여러분들의 노력,
이재명 대표의 최종적인 결단으로 선거제 퇴행을 막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적었다.
비례대표 선거제로 분열됐던 당내 여론이 봉합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본소득당과 녹색정의당 등 야권 진보 진영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택에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용혜인 의원이 이끄는 기본소득당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켜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촛불이 요구했던 정치개혁을 국민들과 함께 이어나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병립형 회귀가 아닌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이재명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민주당 내 의원들 사이에 정치적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는데 이번 준연동형 유지 결단으로 범진보 진영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자신을 향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30명 넘는 이탈표로 가결되는 등 의원들 사이에 기반은 단단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범진보 진영을 폭넓게 아우르면서 정권심판론을 강조하고 이를 차기 대선까지 끌고가며 지지세력을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5일 양동시장 현장간담회에서 “이번 총선은 정말 중요하다”며 “집권여당의 잘못된 국정기조를 선거라는 죽비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출마의사를 밝힌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서 여론의 지지를 굳건하게 받고 있다는 점도 총선 선거운동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 여론조사 꽃이 지난 1~2일 실시한 인천 계양을 총선 가상대결 관련 여론조사에서 43.8%의 지지를 얻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29.8%)에 14%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4.3%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