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01-31 1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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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증권이 최근 증권업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한파에 실적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박종문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삼성증권이 기존에 강점을 보이던 리테일(개인금융) 분야를 더욱 강화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7406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28% 늘었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을 봤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7434억 원을 올렸다.
삼성증권은 리테일 기반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증시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수혜를 입었다.
마찬가지로 리테일 기반이 강한 키움증권도 실적이 크게 늘며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이 2023년 증권사 영업이익 1위를 두고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키움증권이 하반기 들어 ‘영풍제지 사태’ 등에 따른 손실을 겪으며 삼성증권이 증권사 영업이익 1위 단독 후보로 올라섰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지난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주춤한 실적 흐름을 보였다.
부동산업황 악화에 따른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해외 부동산 손실에서는 노출도가 적었으나 최근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로부터 발발된 국내 부동산 손실에서는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국내 부동산 PF 관련 보수적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지키고 있던 증권사 영업이익 1위를 NH투자증권에 내줬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7492억 원을 내면서 삼성증권을 근소하게 앞섰다. NH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태영건설 노출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종문 내정자는 삼성증권의 리테일 기반을 더욱 단단히하며 올해 실적 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국내외 부동산업황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커지며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테일사업은 크게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WM(자산관리)으로 나뉜다. 특히 삼성증권은 WM분야에서 돋보이는데 최근 WM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WM은 주로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 삼성증권은 30일 'SNI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오픈했다.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패밀리오피스(가문자금관리) 전담 지점인 ‘SNI패밀리오피스센터’를 30일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열었다.
삼성증권은 1천억 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기준 80개 가문의 총 20조 원 규모 예탁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가문별 평균 예탁자산은 2500억 원에 이른다.
SNI패밀리오피스센터의 핵심 서비스는 패밀리오피스 전용 상품으로 클럽딜, 공동투자 기회 등 기관투자자급 상품들을 제공한다.
또 삼성증권 본사 전문인력들로 이뤄진 ‘가문별 전담위원회’를 구성해 상속, 유언장 작성 등 비재무적 서비스도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젊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테일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MZ세대(1984~2004년생) 고객을 대상으로 2월 한 달 동안 ‘친구와 주식 대결’ 이벤트를 실시한다.
최소 2명에서 최대 30명의 친구들끼리 이벤트 기간 동안 주식 대결을 펼친 뒤 수익률 1위를 달성한 친구에게 상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MZ세대들은 향후 증권업계 주요 고객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은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주식투자 이벤트를 실시함으로써 잠재 고객들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식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은 과거와 달리 단톡방,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을 즐기는 편이다”며 "이런 MZ들의 투자 행태에 맞춰 주식을 투자하는 친구들끼리 서로 즐기며 주식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 마케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박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한다.
삼성증권 이사회는 지난달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박 내정자는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지원팀장 상무, 해외사업본부 담당임원 상무, 금융경쟁력제고 TF장 부사장 등을 거쳐 2022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에 올랐다.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 TF장 출신으로 삼성금융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 및 시너지를 지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