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들어서만 3조 원 넘는 일감을 확보하며 높은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는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 둔 상황에서 수주 선박의 공정 차질을 최소화하며 수주 성과가 실적으로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이 수주 성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정 관리에 경영역량을 집중하며 공정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고객사 선박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 높은 일감 위주의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수주잔고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선박은 모두 28척으로 금액으로는 3조3129억 원 규모다. 선종별로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5척, 중형 PC선 15척,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6척,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당초 올해는 선주들의 선박 발주가 줄어들며 수주 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HD한국조선해양도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해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대폭 낮췄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38.6% 낮춘 158억2800만 달러로 설정했다. 조선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설정한 수주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45.8% 낮아진 115억 달러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주 성과를 꾸준히 내며 수주 공백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적도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1조2960억 원, 영업이익 2823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2년보다 매출이 23.1% 증가하고 영업이익을 내 흑자 전환한 것이다.
조선업은 선박의 건조 진행 정도에 따라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최초 수주 시점과 수주 물량의 매출 인식 시점 사이에 간격이 큰 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과거 낮은 가격에 수주한 물량을 거의 털어내고 고가 수주한 일감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흑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말 기준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540억 달러(상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포함)에 이른다.
다만 다량의 일감을 확보해 둔 상황에서는 수주 영업을 통해 추가로 일감을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이미 확보한 수주 물량을 계약 조건에 맞춰 건조해 정상적으로 인도하는 게 중요해졌다.
공정 상 차질을 빚거나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예기치 못한 비용부담이 늘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기선 부회장도 이전보다 공정 관리에 더 많은 경영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정 관리 문제는 HD한국조선해양 실적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D한국조선해양에서 중소형 선박을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부터 줄곧 공정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기존 수주 계약의 인도일을 늦추는 정정공시를 반복해서 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은 공정지연에 따른 납기 조정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미포조선이 공정차질을 빚는 가장 주된 이유로는 인력난이 꼽힌다.
조선업계가 전반적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인력 수급이 대형 조선사부터 중소형 조선사와 하청업체 순서로 진행되는 구조인 만큼, 같은 HD한국조선해양 내에서도 규모가 작은 현대미포조선이 인력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내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도 여전히 인력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수주 물량이 늘어난 만큼, 조선업계에서는 이를 소화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20% 이상의 인력 충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인력 보강도 추진하고 있다. 사내 통역 인원을 투입해 외국인 노동자의 적응을 돕는 한편 외국인 노동자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해외에 건조시설을 구축해 인력난을 타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2023년 12월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 일행과 울산 HD현대중공업 내 정주영 창업자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HD현대 >
현재 HD한국조선해양은 사우디아람코 등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합작한 현지 조선소 IMI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조선소는 연간 40척 이상의 선박 건조능력을 갖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과거 한진중공업이 운영하던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를 비롯해 해외에 추가로 건조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23년 12월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을 만나 현지 사업 방안을 논의하며 합작조선소에 관한 대화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 장관을 접견하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동시에 향후 공동 발전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