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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운 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 국회·이해관계자 설득 갈 길 멀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1-23 14: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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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운 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 국회·이해관계자 설득 갈 길 멀다
▲ 정부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원칙을 손보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실제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왼쪽 세번째)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 등의 세부 내용을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평일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판을 깔기로 했지만 실제 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형마트 노동자들과 전통시장 상인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거세다.

23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단기간에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마트가 통상 한 달에 2차례씩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쉬는 이유는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가운데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친다면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가운데 지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수정하는 것, 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법 개정의 권한을 쥔 국회가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통산업발전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의 소관 법률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자중기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부와 야당의 관계가 경직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산자중기위를 설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물론 정부가 평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위해 산자중기위와 긴밀하게 공감대를 형성해왔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산자중기위가 정부로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얘기를 들어왔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실제로 법 개정을 위해 노력을 해왔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13일 제출한 1건 뿐이다. 이마저도 개정안의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대규모점포의 개설 등록이나 취소 등과 관련해 기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던 것을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운을 띄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원칙 삭제와 무관하다.

앞으로 의무휴업일 관련 규정을 변경하려면 정부가 지속적으로 국회와 소통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총선이 80일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 개정에 속도가 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회의원의 발의를 통해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을 포함한 개정안을 2021년 6월 발의했지만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심의 등의 일정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20대 국회의 활동 기간이 약 넉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도 이런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 사무관은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신선식품 배송의 혁신을 가져온 새벽배송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유통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유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민 편의 증진에 기여하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며 계속해서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운 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 국회·이해관계자 설득 갈 길 멀다
▲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이 거세다.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 서비스연맹 마트노조가 1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연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형마트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거센 점은 또 다른 부담이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22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대형마트의 휴일 의무휴업 폐지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없애버리는 것이다”며 “대형마트와 소비자들의 권리, 소비자 편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입장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앞서 대구시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추진했을 때도 이런 변화를 반대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대구시 산하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 개정을 통해 반발을 무마했지만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시도한다면 소상공인들의 반발 수위가 예전보다 훨씬 거세질 수 있다.

정부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해 중곡제일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선거철만 되면 전통시장에 나타나서 어묵 등을 쳐 먹으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던 정치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역시 정부의 법 개정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마트산업노조는 22일 정부의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원칙 삭제 방침이 알려지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노동자들은 여가, 가정생활, 사회생활 참여 시간 감소 등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비롯한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반대했다.

마트산업노조는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가 유통대기업만 챙기는 꼴로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대구시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뒤 주위 소매업체들의 업종 변경 및 폐업률은 80%나 됐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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