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와인 수입량은 7만6575톤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2022년에도 7만 톤이 넘는 와인이 수입됐다. 와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6245톤으로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수입량이 26.5% 줄어든 것이다.
주류업계에서는 트렌드가 와인에서 위스키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를 지나면서 와인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지난해는 와인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와인 시장 경쟁이 심해지자 유통사들이 가격 경쟁에만 힘을 쏟으면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커졌다”고 바라봤다.
주류업계에선 와인 소비 둔화가 올해까지 지속하고 내년에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와이너리 인수에 나섰다. 약 31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 유명 와인 산지 ‘나파’의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사들인 것이다.
쉐이퍼 빈야드는 미국에서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유명 와이너리로 알려졌다. 와인 전문 매체 와인 스펙테이터는 2022년 와인업계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 가운데 세 번째 중요한 사건으로 정 부회장의 쉐이퍼 빈야드 인수를 꼽기도 했다.
쉐이퍼 빈야드는 신세계프라퍼티에 인수된 후 2022년 ‘와일드푸트 빈야드’, 2023년 ‘얼티미터 빈야드’를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여기에 들어간 돈만 500억 원 이상이다.
정 부회장이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할 당시 일각에서는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아직 안정적이지 않아서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와이너리 인수에 나섰다. 약 31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 유명 와인 산지 ‘나파’의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사들였다. 사진은 쉐이퍼 빈야드 모습. <쉐이퍼 빈야드 홈페이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쉐이퍼 빈야드의 부채를 뺀 무형자산, 영업권 등에 1200억 원 정도를 지불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높은 와이너리들은 25% 정도 영업이익을 낸다. 영업이익으로 1200억 원을 메꾸려면 5000억 원 안팎의 매출이 필요하단 얘기다.
쉐이퍼 빈야드 실적을 보면 쉽지 않은 수치다. 스타필드프라퍼티스는 지난해 매출 336억 원, 순손실 163억 원을 기록했다. 스타필드프라퍼티스는 쉐이퍼 빈야드 인수를 위해 미국에 설립된 법인으로 다른 영업활동은 하지 않는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매출은 쉐이퍼 빈야드 실적으로 볼 수 있지만 순손실이 난 것을 쉐이퍼 빈야드 영업손실로 보기는 힘들다”며 “신세계프라퍼티도 해외에서 인수를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컨설팅 비용이나 부대 비용이 많이 투입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 신세계엘앤비 와인앤모어에서는 쉐이프 빈야드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엘앤비에 따르면 와인앤모어에서 1년 동안 팔리는 쉐이프 빈야드가 3천 병 정도긴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2022년과 비교해 258%가 증가했다.
쉐이퍼 빈야드 인수를 통한 상품경쟁력 확보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사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상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금리 상황과 경기가 나아지면 다시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와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결국 상품경쟁력이 중요한데 신세계그룹이 쉐이프 빈야드를 인수한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