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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길을 묻다] 신영증권 이사 민주영 "퇴직연금, '꽁돈' 아닌 노후 근간"

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 2024-01-1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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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길을 묻다] 신영증권 이사 민주영 "퇴직연금, '꽁돈' 아닌 노후 근간"
▲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가 5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다음으로 노후 생활이 근간이 되는 제도입니다. 퇴직연금을 ‘꽁돈’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5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만난 민주영 연금사업부 이사는 노후대비를 위해 퇴직연금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 재원을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로 나뉘는데 DB형의 경우 적립금 운용 책임이 기업에게 있기 때문에 개인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반면 DC와 IRP는 근로자가 연금 운용의 책임을 진다. 개인이 직접 연금을 운용하는 만큼 투자목적에 부합하는 상품을 고르고 주기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퇴직연금 상품을 고를 때 어떤 점을 유의 깊게 봐야 할까.

민 이사는 상품을 볼 때 우선 장기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펀드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성과가 운에서 비롯된 건지, 실력에서 비롯된 건지 구분해야 합니다. 단기 성과에는 시장 상황과 같은 운적인 요소가 포함되죠. 하지만 3~5년 이상 장기적 성과에는 종목 선별이나 자산 배분 등 실력의 영향력이 큽니다. 운적인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장기성과를 통해 상품을 선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상품 설정액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펀드 규모의 변동성이 크거나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펀드보다는 설정액 규모가 꾸준하게 늘어나는 펀드가 좋다는 것이다. 민 이사에 따르면 설정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투자자가 모르는 어떠한 이유로 펀드에서 가입자들이 빠져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상품을 고른 것으로 끝이 아니다. 상품에 가입한 뒤로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운용사 관련 뉴스를 확인하고 매니저가 변경되진 않았는지, 지배구조에 변동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문제가 생겼거나 운용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상품을 적절하게 교체를 해줘야 한다. 

“연금에서 강조하는 ‘장기투자’란 상품을 길게 가져간다는 게 아니라 시장에 장기적으로 머물러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적절하게 교체하며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대체로 처음 가입한 뒤로 상품 전환을 한 번도 하지 않아요. 가입 당시 가장 유망했던 상품에, 다시 말해 가장 가격이 비쌀 때 투자한 뒤 교체하지 않으니 성과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거죠.”

주기적 리밸런싱도 중요하다. 리밸런싱이란 시장 상황에 알맞게 자산이나 투자상품 비율을 재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표가 바뀌거나 자산 현황에 변동이 생길 경우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로켓이 달까지 간다고 했을 때 일직선으로 운행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궤도 이탈이 일어납니다. 궤도에 돌아갈 수 있도록 재조정해주는 게 리밸런싱입니다. 혹은 물가나 시장금리와 같은 단기적 변화에 따라 정해진 범위 내에서 약간씩 조정을 해줄 수도 있겠죠.

꾸준한 관리가 어려울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차선책으로 생애주기펀드(TDF)와 같은 충분히 분산돼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좋습니다.”

민 이사는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턱없이 부족한 만큼 퇴직연금을 통해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 이후 행복감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에 더해 사적 연금에 추가적으로 가입해 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부동산 마련 등을 위해 국내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 속에서 그럴 여유가 없죠.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소득을 줄여 개인이 마련하는 게 아니라 법에 의해 기업에서 적립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퇴직연금이야 말로 국민연금 다음으로 노후 생활비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퇴직연금제도는 2005년 12월 도입으로 올해 도입 19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수급자 100명 가운데 96명이 적립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등 노후 소득원으로서의 기능은 다하지 못하고 있다. 

민 이사에 따르면 적립 규모 1억8천만 원을 넘긴 수령자는 적립금을 연금의 형태로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도해지와 일시출금 등으로 최종 적립된 퇴직연금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급자들이 적립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 가서 상담하다보면 ‘이거 중간에 찾을 수 있죠?’라는 질문을 듣습니다. 주택구입이나 의료비 지출을 위해 중도 인출하는 등 퇴직연금을 노후 자금의 용도로 여기지 않는 분들이 많고요. 퇴직연금이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한 소득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이런 중도인출에 제약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크게 행복감이 감소하지 않고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체로 월 기준 은퇴 직전의 생활비의 70%를 마련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해 노후 생활비 목표를 세웠다면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국민연금 예상수령금액, 퇴직연금 등 자신이 준비한 연금자산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자산관리는 상품이 아니라 과정이 핵심입니다. 목표와 자산 현황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게끔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할 노후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산출하고, 이에 맞은 투자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찾는 거죠.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노후, 길을 묻다] 신영증권 이사 민주영 "퇴직연금, '꽁돈' 아닌 노후 근간"
▲ 사진은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

민주영 이사는 연금금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내 주요 금융사 퇴직연금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퇴직연금 전문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하나은행 퇴직연금부 자산운용 전문역, 키움투자산운용 퇴직연금 이사를 거쳐 2022년 10월부터 신영증권 연금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개인적 목표로는 편안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금융모델을 개발을 꼽았다. 

“그동안 시장 점유율, 적립금 규모와 같은 정량적 목표에 집중하면서 금융이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회의를 느끼던 차에 신영증권에 오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후에 도움이 되는 연금 금융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정희경 기자

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초고령화가 저출산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수급자 급증으로 사실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늘고 있다. 부부기준 노년 월 기대 소득 평균치는 300만 원 이상이다. 공적연금이 흔들리며 개인연금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죽을때까지 월 300만 원’을 향한 면밀한 설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신년기획으로 100세 시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 계획'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초고령화와 저출산, 준비 없으면 실버리스크 점점 더 커진다
② 국민연금만 쳐다보는 한국인, 사실상 세금 될 판
③ 다가오는 연금 고갈, 여야 정쟁에 개혁 시기는 오리무중
④ 낮아진 기대감에 사적연금마저 깬다, '100세 시대' 인프라 흔들
⑤ 청년층에 노후대비는 먼 이야기, 필요성 알지만 현실이 먼저
⑥ 치솟는 노후비용, 사적연금 준비 빠르고 많을수록 좋다
⑦ '연금탑' 이제 필수, 디폴트옵션 연금저축 ISA 최대한 활용을
⑧ [인터뷰] 김동엽 미래에셋 상무 “편안한 노후,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 필요"
⑨ [인터뷰] 신영증권 이사 민주영 "퇴직연금, '꽁돈' 아닌 노후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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