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1-10 14: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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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스테이지엑스,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 등 3곳이 모두 5G 28GHz 대역 할당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으며 제4이동통신사 진입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4이통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4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금력’ 측면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 스테이지엑스 3곳이 1월25일 5G 28GHz 대역 경매에 참여해 제4이동통신사 진입을 위한 경쟁을 벌인다. <픽사베이>
반면 세종텔레콤은 출혈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며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사업방향을 잡고 있어 정부의 제4이통사 유치 목적과는 다소 엇나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28GHz 주파수 할당을 신청한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세종텔레콤 3개 법인을 모두 ‘적격’으로 판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 제4이통사 유치 의지가 강함을 보여줬다.
과기정통부가 8년 전인 2016년 제4이통사 유치를 추진했을 당시에는 퀀텀모바일, 세종텔레콤, K모바일 등 3곳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3곳 모두 서류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8년 전과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현행 기간통신사업 등록제에서는 신규 이통사업자의 재정적 능력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퀀텀모바일, 세종텔레콤, K모바일은 모두 정부에서 제시한 재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5일 28GHz 대역 경매규칙 설명회를 진행하고 그 뒤 25일 경매를 시작한다.
정부가 비록 제4이통사 후보자들의 재정적 능력에 대한 별도 심사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주파수 경매의 승패는 각 기업의 자금조달력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28GHz 주파수 경매의 최저경쟁가격은 전국 기준 742억 원이다. 과거 정부가 통신3사에 부과했던 할당 대가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 스테이지엑스 등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게다가 주파수 할당 3년차까지 6천 대의 기지국을 구축할 의무가 부여되는데 망 구축 비용에는 최소 3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세종텔레콤이 이와 같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세종텔레콤은 2023년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231억 원 정도에 불과하며 주파수 경매에서도 무리해서 높은 가격을 써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12월21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기자간담회에서 “28GHz 대역의 경우 투자비가 많이 든다”며 “출혈 경쟁까지 나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에서는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이 주파수 경매에서 다소 앞서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된 알뜰폰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신규 법인이다.
스테이지파이브의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 않으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신한투자증권이 약 8천억 원 규모의 자금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주파수 경매에서 3개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써낼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신한투자증권은 추가 투자금 유치를 위해 몇몇 자산운용사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마이모바일과 비교해 자금력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있다.
마이모바일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조 원 가운데 49%는 마이모바일이 협력하고 있는 글로벌 통신사 보다폰이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도록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모바일은 전국망 구축 의지도 보이고 있다. 초반에는 기업간거래(B2B) 위주로 28GHz 대역을 활용하지만 향후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한 로밍을 통해 기업과소비자거래(B2C)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서울 강동구 세종텔레콤 본사. <세종텔레콤>
이는 제4이통사 유치로 통신시장의 과점 체계를 해소하고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목적과도 일치한다.
반면 세종텔레콤은 28GHz 대역이 B2B에 적합하지 B2C로 통신요금을 내리는 데 활용할 만한 대역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28GHz 대역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동시에 통신비를 낮추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세종텔레콤의 방침은 제4이통사 선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세종텔레콤 가운데 한 곳이 최종적으로 28GHz 대역을 할당받더라도 기존 통신사와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2023년 7월 ‘5G 28GHz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에서 “28GHz 대역은 기존 통신3사가 막대한 돈을 들여 할당을 받았다가 몇 년간 투자 없이 사업을 종료하고 회수당한 어려운 영역”이라 “신규 사업자가 통신3사와 경쟁하는 구조로 가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