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균 파리협정 6.4조 감독기구 위원(서울대학교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사업단 객원교수)이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한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 파리협정 6.4조와 COP28 협상 이해하기'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자발적 탄소시장의 기본 규범이 과거 교토의정서에서 파리협정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규범인 파리협정의 ‘6.4조 메커니즘’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한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한국에너지공단이 주최한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 파리협정 6.4조와 COP28 협상 이해하기’ 워크숍이 열렸다.
9일 서울 여의도 ‘한경협(한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한국에너지공단이 주최한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 파리협정 6.4조와 COP28 협상 이해하기’ 워크숍이 열렸다.
올해 자발적 탄소시장은 과거 교토의정서에 따른 청정개발체제(CDM)에서 파리협약의 ‘6.4조(제6조4항) 메커니즘’으로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6.4조 메커니즘은 파리협정 당사국회의(CMA) 지정 감독기구(Supervisory Board, SB)가 제정한 활동 표준, 활동 절차, 검인증 표준 등 세부적 규정을 기반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가장 큰 특징은 온실가스 감축사업에서 ‘지속가능성’이 강조됐다는 점이다.
이날 오대균 파리협정 6.4조 감독기구 위원은 ‘파리협정 6.4조 메커니즘 주요 협상 내용과 자발적배출권시장에의 영향전망’ 발표에서 “CDM은 선진국이 어떻게 하면 싼 가격으로 자국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를 전제로 설계됐다”며 “반면 6.4조 메커니즘은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6.4조 메커니즘의 운영을 위해 적용되는 방법론의 요건에도 이런 방향성이 짙게 담겨 있다.
기존 CDM과 다르게 6.4조 방법론에는 ‘크레딧(탄소 배출권) 감축 총량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도록 해야 함’, ‘기술 수명보다 짧은 크레딧 발급 기간’ 같은 요건이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오 위원은 “연간 1만 톤씩 탄소배출을 줄이는 사업에서 크레딧 발급량은 첫 해는 1만 톤, 다음 해는 9500톤, 그다음 해는 9천 톤 등 줄이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는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요건이다. 오 위원은 “1만 톤을 저감했는데 크레딧 발급을 9천 톤만 한다면 1천 톤에 해당하는 성과는 개도국이 온전히 갖게 되는 셈으로 사업 자체가 개도국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기술 수명보다 짧은 크레딧 발급 기간 요건도 이와 비슷하다. 요컨대 기술 수명이 40년인 사업에서 크레딧 발급기간이 20년이라면 후반부 20년의 실적은 개도국이 갖게 되는 것이다.
최석재 한국에너지공단 국제감축팀장도 ‘국제감축사업 동향과 6.4조 메커니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업 승인시 해당 활동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유치국(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 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설명해야 한다는 점, 타당성평가 및 검증시 지속가능성 평가를 의무화 한다는 점이 6.4조 메커니즘의 주요 변경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6.4조 체제 아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초안이 개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위원은 “국제연합(UN)의 17가지 지속가능성 요건 가운데 몇 개에 기여하는 사업인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의 강조는 파리협정 체제 아래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기업 등 사업 주체들에게 하나의 과제를 더하게 됐다.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고민이다.
▲ 최석재 한국에너지공단 국제감축팀장이 9일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 파리협정 6.4조와 COP28 협상 이해하기'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최 팀장은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연관된 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얼마만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지를 충분히 보여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유 위원은 “앞으로는 감축수단으로서 단순 ‘상쇄’를 넘어 (고객연계, 마케팅) 등 이미지 제고 등과의 연계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6.4조 메커니즘의 실질적 이행은 올해 11월 열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지난해 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당사국들이 파리협정 제6조 세부지침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COP28에서 6.4조 메커니즘 관련 주요 이슈는 △배출 회피(avoid), 보존강화 활동의 6.4조 활동 포함여부 △감축실적의 허가 관련 시점 등 △감독기구의 흡수원 관련 권고안 등이었다.
최 팀장은 “COP28에서의 협상 미타결로 파리협정 아래 국제감축 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사업 활동계획서의 필수사항인 방법론 제정 절차 등의 시행은 미정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필요한 사항이 매우 많아졌다”며 “이런 요구사항들 사이에서 당사국들 사이 관점의 차이가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6.4조 메커니즘의 이행 지연은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과제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됐다.
유 위원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에 국외감축을 정확히 명문화해 발표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우리나라의 2030년까지 국외감축분 목표는 3750만 톤인데 6.4조 메커니즘이 뒤로 밀리면 이를 확보하기 더 어려워지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방법론 요건이 합의되지 않아 우리 기업 등에게 사업 개발시 투자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협정 제6조는 국제 탄소시장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탄소시장이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인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이 가운데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은 기업, 지방자치단체, 개인 등이 스스로 탄소배출 감축 사업을 추진해 발생한 감축 실적을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국제기구나 정부가 배출권을 할당하고 배출권의 거래를 통해 일정 목표를 지키게 만드는 시장은 ‘규제적 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 CCM)’이다.
파리협정 제6조의 핵심은 6.4조 메커니즘을 다루는 6.4조다. 6.4조 메커니즘은 파리협정 당사국회의 감독 아래 운영 및 관리되는 중앙화한 감축 체제를 말한다.
6.4조 메커니즘은 당사국 사이 자율적 협력에 기반한 6.2조(제6조2항) ‘협력적 접근(cooperative aproach)’에도 영향을 미친다.
6.2조는 당사국 사이 협력을 통해 감축 성과를 내고 이를 각국의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에 반영하는 것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6.4조 메커니즘에 사용되는 방법론은 6.2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