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
<편집자 주>
2024년, 삼성전자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암울했던 ‘혹한기’를 지나 따스한 봄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모든 주력 사업에서 모두 막강한 경쟁자를 두고 있어 자칫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경우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공존한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경영환경의 변화가 있을 올해 삼성전자가 당면한 현안과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본다.
[1] 삼성전자 3대사업 경쟁 격화, 이재용 '뉴삼성' 갈림길 섰다
[2] 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위협 요인 증가, 2024년 저력 보여준다
[3]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에서 도약 노린다
[4] 삼성전자 노태문, 1위 수성 위해 AI폰으로 승부수
[5] 삼성전자 백색가전 위기, 한종희 초연결과 인공지능에 미래 건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에서 실적 부진에 빠지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브랜드 위상에 맞지 않는 품질 논란도 실적 후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강력한 스마트폰 경쟁력을 토대로 ‘인공지능(AI)’과 ‘초연결’ 기술을 앞세워 침체된 가전사업의 활로를 뚫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올해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사이 및 생활가전 서로의 무선연결성 기능을 고도화해 다양한 개인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최근 게시한 기고문을 통해 연결성 강화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가전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소비자는 가전제품으로 기기 연결을 통해 어떻게 더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을지를 중요시 한다”며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진화시켜 나감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개인화되고 직관적이며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통합 가전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초연결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연결된 가전들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해 소비자의 생활 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주방가전과 삼성전자 요리정보 제공 서비스 ‘삼성푸드’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방경험을 개선했다.
삼성전자가 오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4’ 공개하는 인덕션 신제품인 ‘애니플레이스’는 고도화된 연결성 기능에 기반해 소비자 편의를 도모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에서 삼성푸드 앱으로 보던 레시피를 애니플레이스로 전송하고 제품 외부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에서 제공되는 가이드에 맞춰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가 CES 2024에서 새로 공개하는 냉장고인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는 인공지능 기능으로 내부에 보관된 식재료 목록을 만들어준다.
▲ 삼성전자가 백색가전의 부진의 돌파구를 초연결과 인공지능에서 찾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이 제품은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해 냉장고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가 들어가고 나가는 순간을 자동으로 촬영한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식재료 목록은 삼성푸드와 연동돼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주방가전 외에도 세탁기와 청소기 등 다른 가전에도 다양한 연결성 기반 기능을 마련했다. 각 가전 제품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수집한 뒤 한 데 취합해 고객맞춤형 기능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류관리기를 보면 소비자가 사용하는 세탁기와 건조기로부터 얻어낸 의류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에 맞는 모드를 미리 설정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식이다.
삼성전자 가전은 에너지 사용량이나 특정 시간에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개인별 습관 등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에너지 절감 기능을 제안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전체 삼성전자 가전의 에너지사용량부터 누진구간 관리 및 예상 전기요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가전 관련 상표권을 대거 출원하며 사업 기반을 미리 닦아 뒀다.
특허검색시스템 키프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과 가전을 전부 포함한 'AI허브' 상표를 출원했다. AI허브는 세탁기, 냉장고, TV 등 삼성전자의 모든 전자제품을 아우르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사업 사이에 강력한 연결성은 스마트폰사업을 함께 한다는 점에 힘을 받는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가입자는 지난해 1월을 기준으로 약 2억5천만 명이고 연결된 기기는 1억800만 대에 이르렀다.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확장성을 갖고 있는 셈인데 이는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에 기본적으로 스마트싱스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올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강화한 인공지능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부회장은 갤럭시S24 시리즈와 생활가전 사이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더욱 폭넓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의 인공지능 기능을 뒷받침할 칩셋을 개발해 올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IFA2023’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강화된 상호작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적화된 저전력 칩셋과 생성형 AI접목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의 초연결 전략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맞은 부진을 극복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2022년 세탁기 강화유리 파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브랜드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품질논란을 겪은 바 있다. 그 뒤 2023년 가전 수요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통상 생활가전사업부 실적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합쳐서 공개한다. 이 때문에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최근 콘퍼런스콜 내용과 증권업계 분석에 비춰보면 생활가전사업은 실적 정체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합산 매출은 2023년 매출은 58조1천억 원으로 2022년 60조6천억 원과 비교해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2024년에는 사물인터넷 기술 개선이 개선되면서 한 부회장의 초연결 전략이 탄력받아 삼성전자 가전사업이 반등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전자기술 전문가 알렉스 구딜코를 인용해 “올해 가전사업과 관련해 사물인터넷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물인터넷은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을 통해 데이터를 더 잘 수집하고 새로운 상호 작용 방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2023년 10월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23’ 행사에서 “매년 5억여 개의 삼성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약 6억 명 이상이 삼성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며 수많은 제품, 서비스, 사용자 간 유기적 연결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