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바른성장’을 2024년 화두로 꺼내들었다.
김 사장은 신한금융그룹 내 대표적 외부영입 최고경영자(CEO)로 올 한 해 정도경영을 통한 신한투자증권의 성장을 이끌어낸다면 그룹 내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바른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
4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김 사장은 ‘고객, 영업, 효율을 중심으로 한 바른성장’을 2024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바른성장을 추구하는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효율 중심의 조직과 운영체계 위에서 리테일 자산관리 운영체계를 고도화하고 자본시장 내 우위 영역을 보다 확대하며 기술 기반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체계 강화를 위해 새해 첫 날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리스크관리본부를 그룹으로 승격하고 고객리스크관리부를 새로 만들어 고객자산 보호를 강화했다.
준법감시본부 안에 있던 내부통제운영부를 준법경영부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책무구조도 선제 도입하기로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조직개편의 핵심은 바르게 성장하며 고객에게 인정받는 일류가 되는 데 있다”며 “조직개편으로 격이 다른 신한투자증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내부통제를 이처럼 강조하는 데는 2023년 하반기 내부통제 이슈와 관련해 주요 증권사 CEO가 다수 교체된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KB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에서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졌고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수 교체됐다.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이 라임펀드 관련 내부통제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박 전 사장과 정 사장은 현재 징계취소에 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박 전 사장은 자리에서 내려왔다.
황현순 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CFD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사임했고
최희문 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도 내부통제 이슈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내 손꼽히는 거대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이 내부통제 실패 문제로 대거 교체된 것인데 내부통제 실패 문제는 신한투자증권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신한투자증권은 앞서 라임펀드 사태에서 증권신고서 미제출 문제 등으로 내부통제 위기를 겪었다.
일부 내부통제 이슈와 관련한 사안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국내 일부 매체는 지난해 말 신한투자증권이 특정 고객에게 중국 드론제조업체의 비상장주식에 대한 신탁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향후 이를 고객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했다는 불완전 판매 이슈를 제기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해당 상품은 제안서에 고객의 사인까지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가입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상품은 운용사에 위탁한 것으로 매각 결정도 운영사가 한다”고 말했다.
▲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경쟁사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꼽았다. |
과거 라임펀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데 이어 긴장을 풀면 언제든 내부통제 이슈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행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이 신한금융그룹에 합류한 지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정도경영을 통해 다른 증권사와 경쟁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향후 그룹 내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대우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메리츠종금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을 거쳐 미래에셋증권 IB총괄 사장 등을 지냈다.
2022년 3월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말 인사에서 2년 임기를 새로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모든 계열사 대표를 유임하는 선택을 했는데 김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등 2명에게만 남들보다 1년 더 긴 2년 임기를 부여했다.
김 사장이 올해 화두로 꺼내든 바른성장은
진옥동 회장의 주요 경영방침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진 회장은 신년사에서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업의 윤리’이다”며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보는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바탕으로 고객중심, 일류 신한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자”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