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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중국발 이커머스 격변(중) 긴장하는 ‘쿠팡’·웃는 ‘CJ대한통운’·우는 소상공인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1-0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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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포스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는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가 충분히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면 늘어나는 중국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바쁜 택배회사들에게는 두 플랫폼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신년기획] 중국발 이커머스 격변(중) 긴장하는 ‘쿠팡’·웃는 ‘CJ대한통운’·우는 소상공인
▲ 쿠팡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대구3물류센터 전경. <쿠팡>

4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면서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이커머스기업과 택배기업의 표정이 다양해지고 있다.

쿠팡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중국 이커머스의 영토 확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내세우는 무기는 ‘초저가’ 상품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것과 비슷한 상품은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팔리는 상품보다 최소 절반 가격에 책정된 경우가 흔하다. 일부 제품은 한국에서 결코 살 수 없는 가격인 ‘몇백 원’ 단위인 경우도 많다.

이렇다보니 공산품 영역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던 쿠팡에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존재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물론 쿠팡은 이들과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쿠팡은 여전히 가격 경쟁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모든 상품을 모두 최저가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다만 빠르고 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다음날 무료배송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이용하는 고객층과 다른 고객층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해 12월 6일 ‘지식재산(IP) 소비자 보호 강화’ 기자간담회를 열었을 때 알리익스프레스가 계속 초저가 전략을 고수한다면 결국 다이소가 최대 경쟁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와 관련해 “우리의 포지션은 아직 글로벌 직구 플랫폼”이라며 “특정 경쟁사를 직접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지만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사업 구조가 ‘박리다매’라는 점에서 쿠팡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쿠팡의 여러 지표를 봐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위협적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쿠팡은 2023년 1~3분기에 매출 178억2197만 달러, 매출총이익 45억950만 달러, 순이익 3억2735만 달러를 냈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6.8%, 매출총이익은 31.4% 늘었으며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구매한 적이 있는 활성사용자 수도 작년 3분기 기준으로 2042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3분기보다 14% 늘어난 것이다. 이 고객들이 작년 3분기에 쓴 비용 역시 평균 303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3분기보다 7%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사용자 수 확보에 일정 성과를 낸다면 사업모델을 전환해 쿠팡을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쿠팡으로서도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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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는 오픈마켓 형식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사진은 네이버쇼핑 로고. <네이버>

네이버는 쿠팡과 사뭇 다른 처지다.

네이버는 중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식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대부분 가격으로 승부하는 공산품 위주인데 이 시장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과 경쟁해 이기기 힘들다는 주장이 여러 판매자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대부분의 판매자들이 이미 중국에서 물품을 구입해 한국에서 판매하는 형태로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이미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제품을 싼 값에 사들인 뒤 여기에 적정 마진을 붙여 한국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른바 중국에서 물품을 사입하는 ‘보따리상’들이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다보니 소비자들은 유통 마진이 덜 붙는 중국 이커머스 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 판매자는 셀러 커뮤니티 ‘셀러오션’에 “자체 브랜드 없는 분들 불안하겠다”며 “쿠팡은 중국 현지 판매자들 대거 모집한다고 하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은 (한국 사업을) 확대한다고 하니 이대로 있어도 되나 싶은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네이버 역시 아직 실적에서 크게 흔들리는 수준은 아니다.

네이버는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매출 6474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2022년 3분기와 비교해 14.7% 늘어난 것이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성장세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쿠팡에 앞서 네이버가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다.

2023년 1~10월 알리익스프레스와 아마존, 테무 등 주요 해외직구 플랫폼의 거래액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2.4% 증가했다. 반면 네이버 거래액은 같은 기간 9.5% 성장하는 데 그쳤다.

11번가와 옥션, G마켓 등 다른 오픈마켓 기업의 거래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네이버도 안심하기 힘든 상황으로 여겨진다.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우는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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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택배 물량을 대거 처리하며 실적에 날개를 달고 있다. 사진은 CJ대한통운 택배 배송 차량. <연합뉴스>

CJ대한통운은 오히려 중국 이커머스 덕분에 훈풍을 맞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배송 대부분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이 처리하는 알리익스프레스 택배 물동량은 2023년 1분기 346만 박스에서 3분기 904만 박스로 급증했다.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였던 이유다.

알리익스프레스가 CJ대한통운을 국내 배송 파트너사로 낙점한 이유는 해외직구 상품 배송에 핵심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는 한국 소비자가 구매한 화물을 해외에서 한국으로 보내고 다시 국내에서 배송해야 하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항공·해운→통관→택배 등의 3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해내려면 항공·해운 포워딩(수출입), 통관 등에 두루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CJ대한통운은 올해 해외업체뿐 아니라 국내 컨테이너 해운사들과 협력하면서 포워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국내 물류사업에서는 업계 1위 입지를 다져놓고 있다.

앞으로도 CJ대한통운에게 기회가 더 열릴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국내에 풀필먼트센터를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개별 배송 상품 단위로 수입되던 화물이 미리 수입돼 국내에 보관되므로 국가간 이동 과정이 단축되어 배송이 더욱 빨라질 것이며 고부가가치의 풀필먼트 센터 기반 배송이 이루어짐으로써 CJ대한통운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CJ대한통운의 2024년 직구 물량은 올해보다 100.5% 늘어나는 1억4천만 박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 물량만 153% 증가한 7800만 박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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