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1-02 16: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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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효성티앤씨의 핵심 제품인 스판덱스 업황이 당장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이사 부사장은 차분히 스판덱스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판덱스 업황이 올해 안에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공통으로 나오는 가운데 이미 스판덱스 증설 및 원료 내재화 확대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업황이 살아나는 대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이사 부사장(사진)이 핵심 제품인 스판덱스 업황 회복에 발맞춰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악화됐던 스판덱스 업황 회복이 다소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대 시장인 중국 수요 부진에 따라 중국 스판덱스 재고 일수가 당초 40일가량에서 45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스판덱스 판매가 다소 부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티앤씨 스판덱스의 본격적 업황 회복 시점을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 2분기로 수정한다”며 “재고 일수가 오히려 늘어 올해 1분기까지는 업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 달 전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중국 스판덱스 수요가 7만3610톤으로 2022년 10월보다 16.6% 증가한 것을 근거로 스판덱스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최근 재고 일수 증가 현상과는 반대되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재고 일수 증가로 보면 스판덱스 업황이 완전히 살아나지 않았다고 풀어볼 수 있다.
스판덱스 업황은 현재 김 부사장이 향후 좋은 경영 성과를 거두는 데 핵심 요소로 꼽힌다. 스판덱스가 효성티앤씨 전체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의 2012~2021년 10개년 평균 기준 스판덱스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에 이른다.
효성티앤씨는 2010년부터 스판덱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는 점유율 30%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김 부사장은 스판덱스 업황 회복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예측에도 여전한 기대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기본적으로 공급 증가량을 웃도는 수요 증가량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스판덱스 업황이 결국 살아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올해 스판덱스 증설은 (중국 기업) 화펑의 4만5천 톤, 화하이 4만 톤인데 이는 수요 증가 예측치보다는 적다”고 분석했다.
이는 스판덱스 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전망이다.
여기에 이미 스판덱스 증설을 마치고 호황을 맞을 준비를 한 점도 김 사장에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4월 중국(연 3만6천 톤)과 인도(연 1만5천 톤)에서 모두 합쳐 2310억 원가량을 투입한 스판덱스 증설을 마무리했다. 이 증설은 당초 2022년 12월 완료 예정이었으나 당시 스판덱스 업황 악화 정도가 심해 4개월가량 연기 후 완료됐다.
업계에서는 효성티앤씨가 이 증설들을 통해 연간 25만 톤가량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효성티앤씨의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중국과 인도의 스판덱스 증설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며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증가했다. 그러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것)가 살아나지 않아 각각 직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계속 감소했다.
업황이 살아나 스프레드가 개선되면 늘어난 생산·판매량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효성티앤씨의 또 다른 긍정적 요소는 스판덱스 원료 일부를 내재화한 강점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판덱스의 원료로는 부탄다이올(BDO), 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PTMG),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가 쓰이는데 효성티앤씨는 이 가운데 PTMG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베트남에서 700억 원가량을 투자한 PTMG 증설을 마무리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 증설 뒤 효성티앤씨의 연간 PTMG 생산능력은 24만 톤을 넘어섰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효성티앤씨 평가보고서에서 “2024년부터 스판덱스 공급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요 성장세를 고려하면 스프레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효성티앤씨는 (내재화에 따른) 수직계열화 체제에 기반한 원가경쟁력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 폭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부터 줄곧 4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효성티앤씨 섬유사업부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올해 2분기부터 800억 원대로 2배가량 뛸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효성티앤씨를 분석한 다른 증권사들의 예측도 비슷했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효성티앤씨는 2024년 섬유사업부에서 3천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 효성티앤씨 스판덱스와 이를 사용한 제품들. <효성티앤씨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효성티앤씨는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3600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추정치보다 45%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효성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
1999년 효성 안양공장의 스판덱스생산팀장을 맡은 뒤 2014년 스판덱스PU(퍼포먼스유닛)장을 지낼 때까지 대부분을 스판덱스 관련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효성티앤씨가 스판덱스 세계 1위를 기록하도록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2018년 효성 베트남법인장 겸 동나이법인장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2년 3월 효성티앤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세계 1위 스판덱스 브랜드였던 ‘크레오라’를 기능성 섬유 통합 브랜드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효성티앤씨의 크레오라는 그동안 지속적 기술 혁신과 우수한 품질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섬유산업의 흐름을 리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