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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6월에 기준금리를 내린 뒤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에는 가계부채가 계속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6년 8월 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은행 가계대출은 682조4천억 원으로 7월보다 8조7천억 원 늘었다. 이 증가폭은 2008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8월 기준으로 최대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이 8월 기준으로 512조7천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7월보다 6조2천억 원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대출도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이 늦어도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 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외국인투자자는 2015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8개월 동안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233억8700만 달러를 빼냈는데 이보다 자본유출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국내에서도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가팔라진 점을 감안해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국으로서 자본유출의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며 “금리의 실질적인 하한선을 지금보다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에 대해 “자체적인 모니터링 결과 소비와 설비투자가 8월에 반등했으며 건설투자도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며 “7월에 바라봤던 경로에 맞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에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2.7%를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에서 올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개월 안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에서도 가계부채 급증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금리를 동결할 명분이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도 연내에 한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상당히 늦어졌고 3분기 이후 경기를 끌어올릴 계기도 없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행보가 저금리에 대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 그친다면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