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파운드리 1위 업체 SMIC가 3나노 미세공정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SMIC 반도체공장 외부 전경. < SMIC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SMIC가 구형 반도체장비를 활용해 7나노 미세공정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TSMC의 최신 기술인 3나노 공정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도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첨단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의지를 꺾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27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DUV 장비를 기반으로 하는 SMIC의 3나노 파운드리 기술 개발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는 반도체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DUV는 삼성전자와 TSMC 등이 3나노 등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에 활용하는 EUV(극자외선) 장비와 비교해 기술 수준이 낮은 구형 반도체장비에 해당한다.
중국 파운드리 1위 기업인 SMIC는 미국 정부 규제로 오래 전부터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EUV 장비를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여놓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최근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신형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기린9000S’을 7나노 미세공정으로 대량 생산하며 미국 정부 규제를 극복하는 성과를 냈다.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SMIC는 더 나아가 5나노와 3나노 등 차세대 반도체 공정도 DUV 장비를 기반으로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두고 전담 연구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SMIC의 이러한 노력은 대만 출신의 량몽송 CEO가 총괄하고 있다. 량몽송은 TSMC에서 17년 동안 근무하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됐던 인물이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파운드리 업체에서 근무하며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SMIC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는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며 반도체 업계 전반의 기술 발전 둔화가 SMIC에 삼성전자와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타임스의 보도와 같이 SMIC가 5나노 및 3나노 미세공정 등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적 난제가 따른다.
EUV 대신 구형 DUV 장비로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똑같은 공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해 생산 수율과 속도, 단가 측면에서 모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MIC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어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 등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이점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SMIC와 같은 자국 주요 반도체기업에 막대한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SMIC의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은 중국 정부 노력의 중요한 결실이자 미국 규제 영향을 극복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성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이에 자신감을 찾아 SMIC를 향한 지원을 더 공격적으로 확대할 공산이 크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첨단 군사무기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자연히 미국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공급 규제를 강화하는 등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는 데 힘써왔다.
▲ SMIC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 < SMIC > |
결국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SMIC의 7나노 반도체 상용화에 대응하는 더 강력한 규제의 도입을 검토하며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전수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하려 하고 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구형 반도체에 쓰이는 제품도 사들이기 어렵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규제를 도입할 수 있을지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에도 중요한 문제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도 이에 못지않게 강력한 대응에 나서며 SMIC와 같은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반도체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만약 SMIC가 목표한 대로 삼성전자와 TSMC의 미세공정 기술을 추격하는 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다면 이는 중장기 차원에서 주요 파운드리 업체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규제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에 위치한 고객사들이 저가 물량공세 전략을 앞세운 SMI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며 삼성전자와 TSMC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인텔 등 상위 기업과 SMIC의 기술 격차는 현재 역사상 가장 좁혀진 상태”라며 “중국에 매우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