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의 4분기 가전사업 수익성이 애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렌털(구독형 서비스)을 적용하는 가전을 확대해 통상 하반기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전사업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이 렌털 가전을 확대해 수익성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 >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주력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4분기 영업이익이 애초 시장 전망치보다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H&A사업본부 영업이익이 334억 원으로 기존 전망보다 80% 후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운호 연구원은 “H&A사업본부의 4분기 부진은 경쟁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연말 재고처리 비용 증가, 보급형 물량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여러 변수에 따른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가전사업은 통상 상반기에 좋은 수익성을 보이고 하반기에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는 ‘상고하저’ 경향을 보인다.
LG전자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 주력 프리미엄 가전의 신제품 출시시기가 상반기에 몰려 있어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올해 4분기에도 이런 경향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류재철 사장은 매년 하반기마다 수익성이 부진한 가전사업의 기존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렌털 사업비중 확대에 힘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사업에서 렌털비중을 높이면 다방면으로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렌털로 제공하면 소비자의 가전 구매에 따른 1회성 지출부담을 덜어줘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요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시장 분석업체 주오라는 ‘2023년 구독형 경제지수’ 보고서를 통해 “렌털 사업은 새로운 고객기반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프리미엄 제품 사용을 촉진(업셀링)할 수 있다는 점은 수익 확대에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같은 가전이라도 렌털로 제공하면 제품을 판매할 때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LG전자가 주요 렌털 사업으로 힘주고 있는 업가전2.0 가전들은 구매할 때보다 렌털할 때 총 비용이 약 30~50만 원 정도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로서는 소비자에게 제품 가격을 나눠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또 렌털 사업비중을 높이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 흐름을 만들어 재고관리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 LG전자의 텀블러 세척기 'LG마이컵'. < LG전자 >
렌털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만큼 렌털 사업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은 LG전자가 하반기에 약세를 나타내는 경향을 완화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류 사장은 렌털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LG전자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렌털매출은(운용·금융 리스 포함)은 68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5% 증가했다.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신제품인 △텀블러 세척기 ‘LG마이컵’ △정수 가습기 ‘LG퓨리케어 하이드로타워’ △스탠드형 에어컨 ‘LG휘센 사계절 에어컨’ 등은 모두 렌털로도 제공된다.
게다가 류 사장은 기존에 출시된 제품도 렌털하는 품목을 넓히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류 사장은 7월25일 서울 강서 마곡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구독형 서비스(렌털) 사업을 주력으로 하려고 한다”며 “적어도 지금 고객의 절반 이상을 구독자로 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렌털시장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어 류 사장이 렌털사업을 확장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갖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의 렌털 등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2020년 40조 원에서 2025년 100조 원 규모까지 2.5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소유보다는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구독 제품(렌털)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구독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