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D램뿐 아니라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낸드플래시의 가격 반등에 4분기 영업흑자 전환을 바라보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이익체력 회복을 바탕으로 핵심사업 영역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선두 지위를 다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에 힘입어 이익체력을 다지고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확대에 나서 이 분야 선두 지위를 단단히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 SK하이닉스 >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 가파른 메모리반도체 가격회복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시장기대치보다 높다”며 “SK하이닉스는 4분기 매출 10조4900억 원, 영업이익 1613억 원을 내며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SK하이닉스가 4분기 1천억 원대 중반의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낸드플래시 가격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흑자 전환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에서는 가격 회복에 따라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으나 낸드플래시에서 수익성이 좋지 않아 전체 메모리 사업에서 영업손실 1조7920억 원을 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1월 한 달만에 낸드플래시 웨이퍼 가격이 25%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앞서 지난 9월 낸드플래시의 4분기 가격상승률이 0~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최근 가격상승세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의 감산규모가 예상치를 웃도는 데다 고객사들의 메모리 재고수준이 낮아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추세가 2024년에도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인공지능 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서버 증설로 기업용 SSD(낸드플래시의 일종) 수요도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 회복세에 맞춰 SK하이닉스 등 메모리업체의 2024~2025년 실적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현대차증권은 10조2810억 원으로, 키움증권이 10조5180억 원으로 각각 높여 잡았다. 이는 기존 증권업체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인 8조 원보다 약 30% 가량 높은 것이다.
▲ SK하이닉스의 4세대 HBM인 HBM3. < SK하이닉스 >
메모리 반등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발생한 영업손실 8조 원 가량을 모두 만회하고도 약 2조 원의 이익을 더 남기게 된다. SK하이닉스가 이익체력 회복의 기반을 완전히 닦게 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가 회복하는 이익체력은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HBM 사업을 강화하느 데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TSV 패키징 투자가 최우선으로 고려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내년 생산능력은 올해 대비 증가할 것이나 투자효율성과 재무건전성을 고려해 증가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에서 HBM 생산에 필수적인 TSV 패키징 라인을 신설하고 있다. TSV 패키징 공정은 수직으로 쌓아진 HBM 내부 D램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TSV 패키징 공정라인을 늘리면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HBM 생산에 병목이 되고 있는 부분은 TSV 공정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을 확대해 HBM 시장에서 다져 놓은 시장주도권을 지켜나간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HBM 시장점유율 1위(50%) 기업이다.
다만 HBM 사업의 유력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리며 추격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맞대응해야 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HBM 생산규모를 2.5배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비즈니스’ 조직을 신설해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만큼 SK하이닉스는 경쟁업체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기술과 생산규모 등 HBM 관련 부문 투자 확대에 힘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지속해서 중요도가 상승할 HBM 시장에서 업계 1위 지위를 내년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김바램 기자